도민칼럼-웃음 치료, 자기 수용의 시간
도민칼럼-웃음 치료, 자기 수용의 시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8 16: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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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웃음 치료, 자기 수용의 시간

개강 전, 업무와 교육에 관한 연수를 받았다. 늘 그렇듯 최근 교육 경향과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을 다룬 내용의 특강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수에서는 특별히 ‘웃음 치료’라는 제목의 강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학병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웃음 치료를 통해 암 환자들의 심리적 완화를 도왔던 우리 대학 교수님의 강의였다. 강의 영상물로 암 환자들의 웃음 치료 과정을 보면서 나를 수용하고 긍정적 사고를 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웃음 치료는 문화센터나 방송에서 접한 적이 많아 제목부터 그리 낯설지 않았다. 참여하기 전에는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일부러 소리를 내 웃는 연습을 하면 심리적 긍정 효과가 있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할 수 있다는 정도의 개념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참여하게 되니 뭔가 뭉클한 자기 수용의 시간이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바로 ‘나의 솔직한 감정을 표출한 정체성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주어진 멘트를 따라 하기도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말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서로 공감해주고 손뼉도 쳐주면서 떠들썩하게 웃는 상황이 새로웠다.

‘나, 이런 사람이야.’, ‘어떤 사람?’, ‘나는 엄청 성실한 사람이야.’, ‘아! 그래. 좋아!’ 이런 멘트를 주고받으며 ‘나’라는 사람을 언급하고 듣는 사람은 그에 반응하며 손뼉을 쳐주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도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강사의 몸동작을 따라 하고 서로를 보며 웃는 과정에서 마음속에 있는 스트레스도 동시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긴장과 경쟁 속에서 길들어 있어 나를 있는 그대로 내놓을 용기를 가지지 못하였다. 특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솔직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다. 작가인 아니타 무르자니는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라는 책에서 자신이 암에 걸려 투병하는 시간 동안 삶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되뇌었다.

‘왜 늘 자신을 그토록 혼내기만 했을까? 왜 항상 자신을 그렇게 냉대했을까? 왜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왜 내 영혼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았을까? 왜 늘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려고만 하고 나 스스로 생각할 힘과 창조적인 능력을 억누르기만 했을까?’ 저자의 글은 마치 읽고 있는 나를 향하고 있는 듯했다. 웃음 치료 강의를 듣고 그동안 진솔하지 못하고 감추었던 나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묻게 되었다. 중년은 나를 떠나 방황하는 시기가 아니라, 외면했던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사색의 시기여야 한다는 최명희 작가의 말처럼 웃음 치료 강의는 나의 수용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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