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
칼럼-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3 17:0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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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

중국 전국 시대 위나라의 제3대 군주인 양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노인장께서 천리 먼 길을 멀다 여기지 않고 오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利)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집안과 나 자신을 이롭게 할까 할 것이니, 이런 식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취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의리를 하찮게 여기고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면 모조리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仁)한 사람치고 자기 어버이를 버리는 자는 없으며, 의(義)로운 사람치고 자기 임금을 하찮게 여기는 자는 없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인의(仁義)을 말씀하시면 되지,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맹자’〈양혜왕 상(梁惠王 上)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맹자는 의리(義理)는 사라지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통해 패권국이 되겠다는 명리(名利)만을 추구했던 전국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명리를 앞세우는 양혜왕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맹자는 이(利)가 아니라 인의(仁義)가 먼저라고 강변하였다. 또 ‘논어’〈이인편(里仁篇)〉12장에 보면 공자는 ‘子曰 放於利而行多怨(자왈 방어리이행 다원):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아진다.’라고 했다. 여기서 방(放)은 놓다. 내놓다. 의거하다 등의 의미로 석방, 추방, 의거 등으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의거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방어리(放於利)는 ‘이익에 의거하여’라는 뜻이다. 이익에 의거하여 혹은 이득에 따라 행동하면, 결국 원망이나 원한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맹자보다 180여 년 전에 살았던 공자는 이(利)를 그렇게 정의했다.

이(利)를 곰곰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나의 즐거움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면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면서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지, 욱하는 성격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진정으로 용서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나의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는 사람을 야박하다고 원망하지는 않았는지, 남의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보면 쉽게 노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면서, 내 실수나 잘못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법적으로도 체벌과 학대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자식은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모의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험악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와 부부 사이의 갈등을 자녀에게 폭력으로 푸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이(利)’에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방치하면서도 자신은 게임과 도박이나 오락으로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학대하면서도 범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반증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스 역시‘이(利)’에 관련된 문제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상사가 되면 부하 탓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이나 후배양성에는 신경도 쓰지 못하면서 성과 부족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으로 매몰차게 몰아붙인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끼어들기, 새치기 운전을 하는 자들이 많다. 누구나 급할 때가 있기 마련이지만 습관적으로 끼어들기를 하는 운전자들을 볼 때마다 인생도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해 보게 된다. 자기만 급한 게 아니다. 다른 운전자도 급할 수 있지만 조금 늦더라도 질서와 법규를 지키는 사람은 끼어들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물질적·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어떻게 사는 게 더 행복한 삶인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부자로 살면서 많은 이에게 칭찬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있지만, 비난과 욕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가난하게 살면서도 칭찬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있지만, 비난과 욕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로 살면서 존경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가난하게 살면서 욕까지 들어야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태어나면서 부귀빈천(富貴貧賤)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아가면서 부자가 될 수도 가난해질 수도 있다. 귀하게 되기도 하고 천하게 되기도 한다. 노력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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