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천고마비의 가을이 왔다(2)
현장칼럼-천고마비의 가을이 왔다(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4 15: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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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천고마비의 가을이 왔다(2)

가을이다. 계절의 변화를 누가 막으랴! 가을이 왔다. 가을이 현관문 앞까지 왔다. 끝없이 계속될듯한 무더운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이 사푼히 우리 가운데 다가 왔다. 시인 오규원은 그의 시 '가을이 왔다'에서 가을을 맞는 서정을 이렇게 노래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계절의 변화는 신속하다. 무덥던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천고마비의 가을이 왔다. 온 산야를 곱게 물들이고 황금 들판을 이루는 수확의 계절은 풍요로운 나날이다. 산, 바다, 들에 먹을 것이 넘친다. 나는 이런 가을에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가을 풍경을 즐기는 나들이 같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가을이란 새 계절을 또 맞는다. 그럴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은 계절을 넘길 때마다 마음의 흥분, 후회, 갈등, 두려움, 초조를 느낀다. 아무리 우리가 완벽하게 살았다 할지라도 다음 계절로 넘어설 때에는 씁쓸한 소회를 느끼게 된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계절을 후회 없이 완전하게 향유해 가지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계절이 올 때 마다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또 희망도 갖는다.

여름 내내 추저분하고 무기력했던 삶의 찌거기들을 완전히 덜어내는 새로운 계절을 맞고 싶다. 계절의 변화속에 삶에도 계절이 있다. 자연에 계절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삶의 사계절을 알고 지금 내가 어느 계절에 있는지 파악하고 사는것이 지혜다. 그러나 자연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가 분명하고 명확하지만 인생의 계절은 순서적이지 않다. 그러기에 늘 인생의 마지막 계절을 의식해야 한다. 오랜 세월 근사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할지라도 누구나 인생의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지 못했음을 감지하게 된다.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에 집착하여 소모적 삶이었음을 깨닫는다. 높은 뜻보다 자신의 낮은 욕망에 사로잡혀 갈등, 죄악에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인생 가을은 쓸쓸함, 외로움, 공허, 허무라는 동반자를 거느리게 된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도, 여름에 땀 흘리지도 않은 사람은 가을날 후회와 한숨으로 맞는다. 각 계절을 최대한 활용한 성공적인 사람들에게 가을은 수확의 시간이다. 노동의 결과물과 더불어 풍요를 누린다. 그들에게 가을은 성취감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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