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섬진강의 소리
도민칼럼-섬진강의 소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7 12:1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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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섬진강의 소리


경남 하동 섬진강 끝자락 상저구마을에 가면 커다란 금빛두꺼비 옆에 시비(詩碑)가 있다. 김남호 시인의 섬진강이라는 시가 적혀있는데 소개하자면 이렇다.

전라도 땅 한 귀퉁이
다압이라는 동네
섬진강 따라 흐르고
맞은편 경상도 땅
강바람 시린 곳
하동이라는 동네
왼손잽이 총각머슴처럼
슴벅거리는 눈으로
강 건너 보며 늙는다

다압 뒷산 무등사(無等寺)
조석 예불 소리에 한소식 얻어
섬진강 잉어들은 모두
가슴 들어낸 목어가 되고
건너편 하동 땅 아이들
유치원 때부터 고무줄넘기 한
범종(梵鐘)소리에 귀 뚫려
경전선, 기적소리만 울려도
합장을 한다

가까운 이웃은 정이 얽혀
아픈 원수 되기 쉽다고
5월, 아니 까마득한 그 이전부터
섬진강은
불러야 대답하는 그리운 거리만큼
떼어놓고 흐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다고 한다. 정이라는 게 뭘까? 마음이 먼저인 상태다.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서로 통한다 싶으면 곧잘 가까워져서 챙기고 보살핀다. 정은 이성보다 감정이다. 정이 앞서면 옳고 그름보다 마음이 가느냐, 가지 않느냐, 가 중요하다. 서로 대동단결하면 이보다 더 끈끈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정이 떨어지면 마찬가지로 이보다 더한 원수가 없다. 상대가 무엇을 하건 다 좋지 않다고 여긴다.

사람 사는 관계에서는 그렇다 치는데 정치적인 사안을 두고 하는 판단은 달라야하지 않을까! 먹고 사는 일 말고 사람 목숨까지도 왔다갔다 하는 일이 정치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잘 따져야 정치가 발전하고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데 정이 넘치는 우리는 정치적 사안을 두고 우리 지역(?)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다고 우긴다.

요즘 정치 어떤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내년이면 줄어드는 복지예산은 한숨이 나고 사과하면 간단한데 쓸데없이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나고 가정집도 경제가 어려우면 이사 가지 않는데 이 힘든 시기 굳이 청와대를 옮겨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는 모습에서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본다. 아옹다옹 살아가지만 허둥지둥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런 정치를 보자니 장탄식만 나온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내부에서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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