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돈도 들지 않는 자기 얼굴 마음만 먹으면 그릴 수 있다
현장칼럼-돈도 들지 않는 자기 얼굴 마음만 먹으면 그릴 수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10 16:4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태/창원총국 국장
최원태/창원총국 국장-돈도 들지 않는 자기 얼굴 마음만 먹으면 그릴 수 있다

오늘은 당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웃어 보세요. 그러면 왠지 모르게 이유도 없이 마음도 웃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잘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건 행복한일입니다. 늘 어둡고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보다 미소를 띌 수 있는 사람이 훨씬 행복해 질수있고 자기를 더욱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는 12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유화 300점, 드로잉 2,000점을 남긴다. 평생 100여점 이상의 자화상을 그린다. 마치 일기를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쓴 것 같이 했다. 자화상은 화가들에게 최고의 작업이다.

가장 그리기 어려운 면과 가장 선호하는 그리기다. 여기에 달인은 없다. 그리고 또 그린다. 자기의 얼굴 그리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렸다.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바로 자신이라고 여기면서다. 자화상은 그 화가의 그림이면서 화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그림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특히 유명 작가의 경우는 소장 가치가 크다고 한다.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자화상은 반 고호와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든다.

렘브란트는 캔버스에 그린 것이 50~60장이나 되고 종이, 판화, 데상까지 모두 합하면 100여 점에 이른다. 반 고호는 돈이 없어 초상화를 그릴 수 없어서 거울만 있으면 그릴 수 있는 자신의 모델인 얼굴을 35점이나 그렸다.

화가들은 왜 자화상을 많이 그렸을까? 자기 얼굴은 어느 때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릴 수 있다. 돈도 들지 않는다. 자기 얼굴은 주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대상이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자기 사랑의 결과다. 대체로 자기에 대한 애착을 가진 화가들은 자화상에 집착한다고 한다.

자기를 과시하고 표현코자 하는 의욕을 화가는 자화상으로 나타낸다. 살아온 그의 삶,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자기 과시욕의 발로라고도 한다. 얼굴은 자신의 삶의 이력이다. 한 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굴은 열려 있고 깊이를 얻으며 이 열려 있음을 통하여 자신을 보여준다. 얼굴은 어떤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방식이다"

<마흔의 서재>에서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쓰고 있다. "프리다 칼로의 상징으로 가득 찬 자화상은 늘 흥미롭다. 단순한 붓질로 이루어진 장욱진의 자화상, 화려한 색채 속에 우수를 감춘 천경자의 자화상, 한 점의 모호함도 없이 명쾌함 그 자체인 이쾌대의 자화상, 윤리의 삼엄함으로 거듭나려는 결기로 가득 찬 공재 윤두수의 자화상, 권진규의 파열하는 내재적 비극을 가까스로 봉합하며 드러내는 자화상들은 저마다 관람자의 내면을 자극한다" 화가따라 가지각색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다 내면의 자아상을 반영한다. 자화상을 그려라 그러면 그대를 알 수 있으리라. 화가는 자화상으로 자기 얼굴을 그리고 내면의 자기를 표현한다.

장석주 시인은 또 이렇게 썼다. "나는 고호의 자화상을 볼 때마다 그 정직성에 매료 당한다. 그는 어떤 겉치레나 위선도 없는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자화상들에서 광인 고호, 늙고 지친 고호, 농부 고호, 가난한 고호, 성스러운 고호, 방탕한 고호, 침묵에 빠진 고호를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마흔의 서재) 적어도 고호는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어디든 언제나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얼굴이기 때문이리라.

함석헌 선생의 <얼굴>이란 시의 일부다.
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 그 얼굴만 보면 나를 잊고/ 시간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고/
밥을 먹었는지 아니 먹었는지 모르는 얼굴/ 그 얼굴만 대하면 키가 하늘에 닿는 듯하고/

그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큰 바다 같애/ 남을 위해 주고 싶은 맘 파도처럼 일어나고/
가슴이 그저 시원한/ 그저 마주앉아 바라만 보고 싶은/ 참 아름다운 얼굴은 없단 말이냐?
사람들은 일평생 자신들의 얼굴을 그려간다. 추한 얼굴, 더러운 얼굴, 비열한 얼굴, 그런가하면 선한 얼굴, 아름다운 얼굴, 자랑스런 얼굴을 그린다.

예쁜 미소 속에 밝게 웃는 나로 인하여 상대방도 더블어 얼굴 찡그리지 않기를 기대하며 아름다운 삶은 정말로 행복하고 항상 웃는 얼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