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화(花) 풍경과도 같은 가을 소경’(A beautiful autumn scene)
도민칼럼-‘화(花) 풍경과도 같은 가을 소경’(A beautiful autumn scene)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16 16:50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정애/작가·진주 신안초교사
안정애/작가·진주 신안초교사-‘화(花) 풍경과도 같은 가을 소경’(A beautiful autumn scene)

한글날로 인해 대체 휴일! 덤이 된 연휴 마지막 날,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 높다. 지난 토요 영 호남 문인들 교류전에 현대 시의 탯줄 시문학의 본고장 강진에 다녀왔다. 그곳의 입구에 순수문학을 지향한 김영랑, 정지용, 변영로 시인 등 우리 문학사에 좋은 분의 궤적을 밟고 돌아왔다. 물론 우리 경남의 문인들은 간단한 시화를 시문학관 앞에 전시로 인사하니 화답으로 특성화된 지역 물품을 겸한 선물을 받았다. 현재의 문인들도 좋은 작품을 문단사에 남겨야 하는 소명 의식이 든다. 특히 소 공연에 고려청자를 소재로 한 마당극은 대단하다. 충무로 대학가에서 본 공연에 못지않은 수준급 솜씨다. 뜻있는 시간으로 좋은 도전이 된다. 의미와 재미가 톡톡한 보람의 하루였다.

머지않아 상강이다. 밤이 길어지는 본격적인 겨울이 손짓한다.

하늘 한 귀퉁이를 손으로 잡을 때 쨍그랑하고 소릴 낼 듯한 눈이 부신다. 저 푸르른 날 멀어져 간 그대가 떠오른다. 사라져가는 화(花) 풍경과도 같은 가을 소경이 담긴 시 한 수를 소환한다.

‘추야일경(秋夜一景)’이란 시이다.
닭이 두 홰나 울었는데
안방 큰방은 홰줏하니 당등을 하고
인간들은 모두 웅성웅성 깨어 있어서들
오가리며 석박디를 썰고
생강에 파에 청각에 마늘을 다지고
시래기를 삶는 훈훈한 방안에는
양념 내음새가 싱싱도 하다.
밖에는 어디서 물새가 우는데
토방에선 햇 콩두부가 고요히 숨이 들어갔다.

[출처] 추야일경(秋夜一景)|작성자 아부라 백작

제법 쌀쌀하다. 비록 오가리며 석받디를 썰고 하는 옛 고향의 정서는 없더라고 조용히 물새가 우는 소리는 들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작가 김수현 씨의 나를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밝지만 가볍지 않은, 나를 위하여 여러 층에 잘 살아야 하는 글귀이다. 내가 우주이니 그곳에 알맞은 형태의 층과 망에 민감해 관계지향에 진중한 눈을 모은다. 긍정과 감사로 내 정신세계를 풍성하고 편안하게 해보련다.

저 푸르디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뭉클한 설레는 좋은 멋진 그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마치 화 풍경에 빠진다. 즉 상사병에 걸린 듯한 마법에 걸려 본다. 덤으로 준 연휴 마지막 날! 밤하늘 달도 보름달이다. 그 누구를 품어 볼까? 개기일식에 연결된 달 이야기가 떠오른다. 동양적 정서와 여성성은 달, 남성성은 태양! 약 10여 년 전 ‘해를 품은 달’ 드라마에서 정서에 공감한다. 최근 <돌로레스 클로이 본 >영화를 접한 적 있다. 달과 태양과 지구가 일직선 되는 개기일식 날의 일이다. 술에 취한 셀레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쫓으려다 하늘이 어두워진 순간 우물에 실족사하고 만다. 엄마 돌로레스의 유죄를 확신한 사람은 바로 딸 셀리나이다. 무의식적으로 셀리나는 아빠의 추행에 대한 기억은 없다. 엄마에 대한 증오심만을 품고 고향을 떠났지만 심한 신경쇠약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가정부 일로 주인으로 모신‘베라 도노반’의 죽음으로 돌로레스와 셀리나, 매키 형사는 한자리에 모인다. 역시 엄마는 의혹과 의심을 받고 곤경에 빠진다.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과연 그 셀리나 엄마가 왜 악녀로만 남아야만 했던가? 딸을 지키려던 엄마의 모성과 베나 도노바는 여자로서 망가진다. 도노바의 남편의 정부는 따로 있었다. 역시 도노바와 돌로레스는 공유된다. 선을 넘어버린 인생 오점이다.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그 역리를 공격할 때 불행은 반복된다. 힘든 삶도 연쇄적으로 된다. 이 영화에서 달은 부정적 요소로 그려진다. 그 역공에 이길만한 ‘마음 근육’ 키울 일에 집중한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잠을 이룰 수 없는 보름달 밤 화풍경과도 같은 추억에 그대가 간절히 그립다.

* 작가 이력: (2005. 시조 문학 등단.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집필 중임)
* 발간한 도서: 2011 시사집 꽃등, 2019 소설집 그 큰사랑, 2020 소설집 The Level,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730일간의 사랑(한글판, 영문판), COVID19 교육혁명의 꽃은 기본(교육 가이드북) 책과의 만남 길: http://contentsmall.kr/main/index.html ,진주문고 평거지점 3층
* 현재 활동은 한국(경남)문협, 진주문협 회원임
* 성장과 배움을 공유하며 다음 세대들과 소통하는 교사로 세상의 나눔과 공감을 가치로 여겨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랑을 전하는 꽃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