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6)
도민칼럼-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19 16: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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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입니다(6)

시내만을 운행하는 배짱 좋은 운전기사들만 봤었다. 그러다가 시 외곽에 미천면이나 반성면 쪽에 농촌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 맘이 포근해진다. 어쩐지 고향가는 버스를 탄 기분이 든다. 비닐 비료 포대와 마대에 그리고 보따리 보따리를 만들어 등에 짊어지고 양손에 들고 오른 할머니들을 버스에 가득 태웠다. 이렇게 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기사님이 멋지고 존경스럽다. 이분들은 승객이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나 여자 가릴 것 없이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하며 인사를 하지 않은가.

나도 기분이 좋아 인사를 잊지 않았다. 동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내리면서 “아저씨 수고하십시오. 했더니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는 소리가 전날 아침에 출근하여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나에게는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청량제였다.

지금까지 4회에 걸쳐 당시에 약 8개월 동안 아파트건설현장에 근무하며 시내버스를 타면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쏟아 냈었다.

시골에서 직접 가꿨던 푸성귀 채소들로 장거리 보따리를 만들었다. 등에 지고, 들고 버스에 타고 내리는 할머니들 모습이 옛날 내 어머니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초저녁잠을 한 숨자고 깨면 그때 시내버스 안의 풍경 그림을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몇 번을 더듬어 되돌려 볼 때가 많다.

이처럼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친절을 베풀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이 많은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들이 버스를 타려하면 그냥 지나가 버린다. “어디 갑니까?” 하고 물어보는 노인들을 아무 대꾸 없이 그냥 지나 가버린 버스들을 요즘도 가끔 본다. 손을 들고 버스를 타려고 하는 노인들을 못 본체하며 태우지 않는 버스 기사들을 볼 때는 화가 치솟는다. “당신은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냐? 왜 승차 거부하느냐?.” 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싶다.

40년도 훨씬 전에 진주에 처음 살러 왔을 때 무렵만 해도 이사를 자주 했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성냥갑 같다 한다. 혹은 토끼장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평수 작은 주공아파트를 장만하고도 이사를 자주 하곤 했었다.

이태 전 이곳으로 이사 온 곳은 지은 지 40년 된 LH서 지은 아파트다. 상평공단 북쪽 끄트머리인 남강 강가에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에서 나오면 전화국 사거리까지 공원에 산책로가 있다. 그런가 하면 곧바로 남강둑으로 연결된다. 둑 밑 고수부지는 야외 공연장과 파크골프장과 롤러스케이트 등 각종 스포츠장과 운동기구들이 나열되어 있다. 바로 강가로도 산책로가 멋지게 닦아져 있다. 왜가리와 각종 철새가 한가롭다. 청둥오리가 자맥질하며 노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며 걸을 수 있고 즐길 수 있어 좋다. 나 같은 노년에 들어선 사람들이 아내와 단둘이 살기엔 쾌적한 5층 건물 아파트다.

그런데 승객 입장으로 본다면 우리 동네는 시내버스 타기가 불편하다. 시내버스 정류소까지 걸어 나오려면 10여분 걸어 나와야 한다.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두개 노선버스 외에 두 서넛 노선버스는 하루 운행횟수도 적다. 그나마 공단 로터리와 시청 쪽으로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시내 쪽으로 가려는 사람에겐 무용지물 노선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황금 노선버스라 말하는 두개 번호 중 하나는 초전 쪽에서 우리 동네인 구 35번 종점 쪽으로 들어와 시청을 지나 남강 건너로 운행한다. 또 하나의 노선버스는 농산물 공판장에서 출발해 구 35번을 통과해 시청을 지나, 뒤 벼리를 따라 구도심 쪽으로 운행한다. 그런데 20분 간격쯤으로 운행하는 두개 노선버스가 종점에서 출발시각을 10여 분 늦춘다든지 당긴다면 동네 주민들이 편하지 않겠는가. 얄밉게도 구 종점 로터리를 같은 시간대에 진입한다. 그런데 시내에서 들어 올 때도 보면 우리 동네에는 같은 시간대에 경유한다. 어떻게 된 것인지 매회 같은 시간대에 서로 만나기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 동네를 지날 때는 같은 시간에 운행하므로 만약에 이 두 노선버스를 놓치게 되면 20여 분 동안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물론 택시를 잡아탄다든지 남강 전화국 앞 큰길 쪽으로 한참을 더 걸어나와 무시로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타면야 되느니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의식주에 관해 시장에 파는 모든 공산품과 농산물이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먹고 마시기 좋게 만들고 다듬어 시장에 내놓지 않던가. 이처럼 대중 승객을 상대하는 시내버스도 고객 편리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내버스 노선과 운행시간을 짤 때 시청 교통과가 짜는 것인지 노선 버스회사에서 짜는 건지 모른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선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오를 때가 많다. 단 5분이라도 시간 간격을 두고 운행시간을 조정했어야 옳다. 시청 쪽으로 운행하는 노선버스는 두개뿐인데 하필이면 같은 시간대에 운행하므로 그 시간을 놓쳐버리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상대 주공 아파트정류장과는 건널목이 있고 사거리 교차로가 있어 오고가는 대부분 버스가 교통신호등에 붙잡혀 서 있을 때가 많다. 이때 승강기 문을 열어 달라고 문을 살짝 두드리면 정류장이 아니어서 그런지 절대로 태워 주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구역인 위아래 10m 공간을 벗어났으니 승객을 태우면 안 된다는 교통법규를 준수한다는 준법정신이 투철해서인가 싶다.

통과 신호인 파란 불이 바뀌는 1, 2분 동안 정류소에서 서 있으면 큰일이라도 발생하는가 보다. 뻔히 빨간 불인 걸, 보면서 10M나 야금야금 거북이처럼 기어간다. 기어이 사거리 신호등 아래 정지선까지 옮겨가 서 있다. 승객 처지에서 보면 운전기사가 얄밉고 화가 치민다.

시내버스 기사님들은 대부분 화급을 다투는 일이 있는가 보다. 0, 01초라도 운행시간을 앞당기기 위한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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