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현장칼럼-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01 09:30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태/창원총국 국장

최원태/창원총국 국장-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노인의 날 10월 2일이 한달여 가까이 지나갔다. 전통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조부모, 부모, 자녀로 이루어진 3세대가 한집안에 살아서 육아문제와 노인 부양문제가 자연스럽게 가정에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 사회에서는 자녀와 함께 노년을 보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노인의 상실, 소외, 실종은 우리에겐 커다란 손실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중 '환혼의 반란'에서는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다.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은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지니고 있기에 지혜의 보고인 도서관과 견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것은 그들의 오해와 무식에서 기인한다. 태어날 때부터 노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노인은 어린 아이 때와 정열의 청년의 때가 있었지만 젊은이는 아직 늙어 보지 않았지만 노인은 이미 인생의 전 과정을 겪어왔다. 지금의 노인들은 그만큼 공경을 받아야 한다.

신영복 교수의 <담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목격한 이야기다. 노인이 탑승하자 청년들이 얼른 일어서서 자기 자리로 모셔 앉히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 현지 교민에게 물었다. 대답은 "당연한 일이지요!" 였다. "이 전철을 저 노인들이 건설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한때 선배 세대를 예우하며 곤경과 존경이 일상이었다. 가사 문학의 대가인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시조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오늘의 우리 삶은 전대 노인들의 공이다. 한국 근대사가 기적같은 숨 막히는 변화와 발전에는 오늘의 노인들의 노력 덕택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옛 그 당당하던 어른들이 이젠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했다. <노년공감>에 의하면 부경대 국어국문학자 채영희 교수의 논문에서 노인과 늙은이를 이렇게 묘사한다. 노인은 구부정한 허리, 여윈 몸, 이빨이 빠진, 허름한 옷을 입은, 거동이 불편한 이로, 늙은이는 초라한, 무기력한, 망령이 든, 오갈데 없는, 귀가 먹은 못살게 구는, 냄새나는, 주책맞은, 수다스러운, 자신의 늙음을 모르는, 젊은이를 희생시키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자. "나이란 과거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제일 늙은 나이이고 미래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가장 젊은 나이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근후 이대명예교수의 글에서 나온 글이다. 그는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S'는 'Simplifying'으로 단순하게 살자. 'M'은 'Moving'으로 몸을 무조건 움직이도록 하라. 'A'는 'Affeeting'으로 감정이 둔화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참여하고 자극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요. 그 다음 'R'은 'Relaxing'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으로 'T'는 'Together' 즉 함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마트한 노년의 삶을 위한 노력이 노인들 스스로가 이루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2000년 전 눈 내리는 추운 겨울 아침 숲을 거닐고 있던 노자는 주위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굵고 튼튼한 나무 가지들 위에 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 가지들은 처음에는 점차 무거워지는 눈의 무게를 잘 지탱하고 있었지만 마침내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져 버렸다. 반면 이보다 가늘고 작은 가지들은 눈이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휘어져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원래대로 튀어 올라 본모습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바로 노자가 얻은 깨우침은 이것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형태를 구부러뜨림으로써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이치로구나!"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거대한 산맥도 결국 닳아 없어지고 대륙들은 서로 멀어지고 세대가 가면 다음 세대가 온다. 하물며 인간이랴! 우리는 단 한순간도 고정적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