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반전은 지자(知者)의 삶 후반전은 인자(仁者)의 삶을 살자
칼럼-전반전은 지자(知者)의 삶 후반전은 인자(仁者)의 삶을 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31 15:35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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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전반전은 지자(知者)의 삶 후반전은 인자(仁者)의 삶을 살자

‘논어’〈옹야편〉21장에 보면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자왈 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즉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다. 지자는 즐겁게 살고, 인자는 오래 산다. 더 나아가면 지자는 책과 배움을 가까이하여 지식이나 지혜가 많은 사람, 인자는 사람을 사랑하고 포용하며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물은 활동적으로 쉼 없이 움직이는 특징을, 산은 움직임은 없으나 많은 것을 포용하며 고요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지식이나 지혜는 동(動)적인 특징을 지녔다. 마치 강물이 쉼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책이 출간되고, 24시간 쉼 없이 새로운 뉴스나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새로운 책과 정보를 통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선도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자의 대표적인 사람 중에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을 꼽는다. 그 어떤 제자보다도 활동적이었던 자공은, 새로운 정보를 늘 먼저 접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여 결국 노나라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그는 노나라는 물론 춘추시대 열국을 다니면서 활동하는 외교가로서도 이름을 날렸으며, 공자의 제자 중 누구보다도 정치·외교·경제의 전문가로 즐겁게 인생을 살다 간 지자였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늘 변치 않는 정(靜)적인 인자의 마음이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마음이 인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부모의 마음이나 용서하는 마음을 정(靜)이라고 한다. 사랑받는 느낌도 행복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더 행복하다. 용서받는 느낌도 편안하지만 용서하는 마음은 더 편안하다. 행복하고 편안한 사람이 더 건강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지자와 인자에 단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자보다는 인자가 더 성숙한 단계로 평가받는 건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수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마음을 수련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은 공자의 제자 중에 안회(顔回)를 대표적인 인자로 꼽는다. 안빈낙도(安貧樂道)가 일상이었던 안회는, 가난했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진 공자의 제일 제자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에 현대의 직장인을 예로 들어 보자. 30년 직장 생활을 한다고 가정하면, 전반기 15년은 지자요수를 기준으로 삼아 보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지식과 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학습과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파고들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처음에는 누구나 어색하고 궁금한 것이 많게 마련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는 조직 생활의 긴 기간을 즐겁게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왕 할 거라면 끌려다니면서 하는 게 아니라 활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배우면서 해결해 나가는 태도가 훨씬 즐거운 직장 생활의 태도이다. 이것이 바로 지자요수의 삶의 방식이다.

다음은 직장 생활 후반기 15년은 인자요산을 기준으로 삼아 보는 것이다. 지식에서 사람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조직에서의 일과 성과는 기술과 장비만으로만 가능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최신 설비에 최고의 기술을 사용한다 해도,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없다.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조직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고민이 있다. 누구나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조직의 윗자리로 올라가고 있다면 인자의 마음이 필요하다. 법과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마음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다들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세상을 얻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세상을 얻는 건 세상 전부를 얻는 것과 같다. 우리의 삶의 일생도 이와 같다. 우리가 100년을 산다면 전반전인 50대까지는 지자의 삶이 필요하고 후반전인 50대 이후부터는 인자의 삶이 더 어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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