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석/시인
윤창석/시인-운명을 개척하자(2)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니 근본은 못생겼거나 악상이 아니다 체격적으로 볼 때는 부지런하게 생겼다. “직업이 무엇입니까?” “식당을 합니다.” “무슨 식당을 합니까?” “월성식당입니다. 별것을 다 묻네”하면서 여자가 성질을 낸다. “음식 종류가 여러 가지 아닙니까? 나도 언성을 높였다. ”불고기 집을 합니다“ 그들의 사주를 풀어보니 두 사람 다 불(火) 이 많은 사주에 용신이 물(水)이다 ”언제부터 합니까?“ “남편이 지난 봄에 공무원을 그만 두고 퇴직금으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잘되든 식당을 인수했는데 우리가 하니까 장사가 안 됩니다 고기도 싸게 많이주고 하는데도 손님이 떨어집니다. 장사가 안 되니까 그때부터 싸웁니다” “장사를 잘못 시작했습니다” “왜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바싹 당겨 앉는다.
“사주에 물 사업을 해야하는데, 불고기 집을 하니 안 될 수밖에 없지요. 불고기 집은 안 맞습니다” “물 사업이면 물사업을 하란 말입니까?” “예 물장사도 좋고 목욕탕도 좋습니다. 그리고 음식장사를 하더래도 불고기 집은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분이 꼭 고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급한성질을 고치시고 서로 원망하는 것도 버려야 합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욕심이 생기는데 그건 용심 때문에 그 좋던 마음이 나빠지고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짜증스럽게 보입니다. 두 분은 모르지만 내가 처음 봤을 때 두분이 저에게 감정이 있어서 싸우려 온 것 같이 보였습니다. 사주에 불기운이 많으니까 성질이 급한 것은 당연하지만 거기다 불을 때는 불고기 장사를 하기 때문에 성질이 더 나빠지지요. 지금 가시거든 당장 업종을 바꾸시고 마음도 바꾸셔요. 그렇게 하면 운이 돌아올 것입니다” “업종을 바꾸면 옷 장사는 어떻습니까?” “물장사 보다는 못해도 옷장사도 괜찮습니다.” 그들은 갈길이 바쁜지 알았습니다 하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사람들이 다녀 간지 몇 해가 지났을까 대구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그곳에 가는데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느냐며 급한 성질은 여전했다”“예 오늘은 시간이 있습니다”알겟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는다. 11쯤 되어서 그 집 식구들이 들이닥쳤다 보기만 하면 짜증스럽게 보이던 얼굴이 밝고 주름살도 많이 없어져서 수박과 음료수를 사 왔다.
“우리 가족이 피서 겸 선생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선생님 밀씀대로 불고기 집은 팔고 옷가게를 하는데 참 잘 됩니다 우리 아들은 무슨 사업을 하면 좋겠습니까? “아들의 사주를 풀어보니 공직이나 직장 생활이 좋겠습니다”
사주에 맞는 사업을 하니 얼굴도 좋아지고 풍채도 넉넉해 보였다. 그 후 부터 작은 일도 전화로 꼭 묻곤 했는데 요즘은 소식이 없다. 소식이 없는 것을보니 사업이 잘되고 자식들도 잘살아 이제는 나에게 더 물어볼 것이 없는 것 같다.
언론사에 보낼 원고를 정리하고 있는데 육십대로 보이는 신사 한 분이 찾아왔다 남해안 작은 항구도시에서 공직생활 하고 있다는 이 사람은 작은 체구에 밝은 눈빛이 총명해 보였다. 첫 인상이 관직에 있거나 교수같은 분위기다.
”광주시청에 근무하는데 곧 정년을 할 겁니다. 원고 정리를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실례가 되지는 않는지 모르겟습니다“
“실례라니요” 그 사람은 예절이 발랐다 인사를 나누고 차부터 한잔 하면서 담소를 했다. “저도 얼마 전에 정년퇴직했습니다”
그러시면 동종 선배이시네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을 도와주면 그 사람들부터 배신을 당하는데 왜 그렇습니까? 제가 처세를 잘못 해서 그렇습니까? 그런 것 팔자에 있습니까?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 사람의 관상을 볼 때 인정이 너무 많고 정직하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의리가 있어보였다.
요즘 세상에 도움을 받으면 은혜를 갚기는커녕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자기 실력이나 처세로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주에도 배신을 당하는 운이나 인덕이 없는 사주가 있습니다. 그보다도 전생의 업보이겠지요.
“전생 업보요” “예 사주는 살성이 있긴 해도 관운도 있고 재운도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사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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