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사랑 이야기
도민칼럼-사랑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16 16: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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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사랑 이야기

KBS와 MBC를 비롯한 몇 개사의 지상파방송체제로 이어지다가 요즘은 종편방송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니 우리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빠져 산다.

청춘남녀 주인공이 아늑한 공원길을 걸으며 속삭이기도 하고 모래밭 해변을 걸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내보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드라마가 남녀 간의 로맨틱한 사랑을 주제로 삼는다. 서로 껴안고 뜨거운 키스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침대 위에서 옷을 벗은 체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두 사람이 한 몸 이뤄 사는 결혼 예행연습을 철저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텔레비전이 없고 방송 드라마가 없던 시절에 남녀 간의 사랑을 어떻게 나누었을까. 갑자기 그때가 궁금해진다. 옛날엔 뽕나무밭에 뽕을 따다가 그리고 보리밭에 들어가 사랑 얘기를 나누다가 정사가 이루어졌었다는 8, 9십 넘은 분들의 얘기도 들었었다.

사랑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나고 자랐던 고향마을은 남녀 간에 사랑 나누기는 안성맞춤 마을이었다. 한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강변에 모래 자갈밭이 있었고 오랜 풍화작용으로 삼각주가 동산을 이룬 곳에는 할미꽃을 비롯한 야생화 천국이었으며 안쪽으로는 나무숲이 우거졌었다.

그런가 하면 동네 앞으로 넓게 펼쳐진 밭에는 삼베를 짜기 위한 대마 재배를 했었다. 땅이 비옥해 다 자란 대마는 키가 2, 3미터씩이나 되었으니 밤이 아니라 낮이라 한들 처녀·총각이 밀회를 나누기로는 그만이었다. 뜨거운 정사를 한들 드넓은 대마 숲속에서 불청객에게 방해받지 않고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데이트하기론 천혜의 조건이었지만 워낙 내 성격이던 나로선 여자 친구 한번을 대마밭으로 불러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그때만 해도 20 중반인 청년 때가 되고 보니 여잔 친구들은 서울이나 부산, 대도시로 떠나버리거나 다른 데로 시집가 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아무 때나 두 손 맞잡고 걷기도 하고 어떤 커플은 어깨동무하며 걷기는 예사지만 그때는 마을에 처녀·총각이 대놓고 데이트는 할 수 없었다. 요즘이야 젊은 남녀가 손잡고 데이트를 펼치는 장면을 볼 때는 옛날과는 달리 아름답게 보이며 귀엽게 보인다.

우리 부모님 때는 부부가 될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도 못 본체 첫날밤을 치르고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은 뒤에서야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도 많다.

우리 부모님 세대뿐만 아니다. 80대 이상 선배들의 결혼 풍습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단다. 맞선은 보고 나서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본인들의 뜻이 반영되었다기보다는 부모님들의 뜻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결혼이 이루어진 사람들이 요즘 신세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고받는 ‘사랑합니다.’‘좋아합니다.‘라는 이런 말들을 사용했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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