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108가지 핑계
아침을 열며-골프, 108가지 핑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1.17 16: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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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108가지 핑계

계절은 어느새 11월의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년 이상을 코로나19로 정신없이 보내다가 2학기 전면 대면수업과 취소되었던 체육대회와 MT 등으로 분주히 보내다보니 벌써 11월 중순을 넘어선 것이다. 본 학과에서도 금요일과 토요일을 활용해서 첫 MT를 계획 중이다. 준비하는 학생들도 무척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일을 하는 모양새다. 부디 한 달 반쯤 남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더 이상 활동이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얘기했던 바와 같이 ‘가을 골프’는 골프장마다 거의 만석(萬石)이다. 1부든 2부든 3부든 자리를 잡기가 참 어렵다. 골프 비용의 끝없는 치솟음과 골프가 이러니저러니 하는 아우성에도 골프 수요는 아직도 여전하다. 이에 필자를 포함한 골퍼(golfer)의 108가지 핑계에 대하여 넋두리를 해보고자 한다.

골프에서 말하는 108가지 핑계는 여러 가지 설이 있겠지만, 홀컵사이즈(구멍)가 108mm이고, 전 세계 아마추어의 평균 스코어가 108타(매홀 더블보기) 그리고 불교의 108번뇌(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인간의 눈, 귀, 코, 혀, 몸, 생각의 6가지 감각 기관에 그것을 느끼는 색, 성, 향, 미, 촉, 법 6개를 곱하면 36개가 되고, 그 번뇌들이 과거, 현재, 미래를 가지기 때문에 36x3=108가지가 됐다고 한다. 쉽게 말해,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늘 느끼는 108가지의 느낌을 의미한다(자료 https://namu.wiki/w/108번뇌)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워낙 정복하기 어렵고 날씨와 감정의 기복에 매우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겨난 용어라고 본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 표현은 골프가 잘 안 되는 108가지의 이유가 충분했음에도 109번째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오늘은 왠지 더 안 된다’는 말이다. 아마 골퍼 누구라도 경험해 봤음직한 기가 막힌 표현이다.

실제 골프가 잘 안 되는 이유가 108가지보다 더 많겠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음을 적나라하게 소개한 적(골프는 골프다, 본지(2022년 3월 1일))이 있다. 대충은 이랬다. 테니스, 탁구 그리고 배드민턴의 경우는 라켓 1개만 잘 다루면 된다. 그렇지만 골프는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무려 14개나 되는 채(club)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한다. 그 능숙함도 적당한 거리와 탄도(彈道)로 원하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 거기다가 정적이고 정숙한 운동이라 더 질 높은 긴장감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배드민턴에서 시속 200km로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아칠 때는 거의 반사적인 순발력과 민첩성이 필요하겠지만, 골프공은 움직이지도 않고 누가 빨리 치라고 종용하지도 않으니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것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45억년 동안 단 한 번도 동일한 날씨가 없었던 만큼이나 골퍼 자신이 행한 수만 번의 이상의 샷도 단 한 번도 동일한 샷이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처지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골퍼가 행하는 모든 샷은 단 한 번도 동일한 샷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샷을 매번 처음 행하는 샷이다. 생전 처음으로 치는 샷이 어떻게 잘 될 수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가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 결혼식장에서 실수 난발인 신랑에게 “결혼식 처음이니까 그렇지, 다음에는 더 잘 할거야”라면서 청중을 웃긴 얘기가 있다. 그렇다. 골퍼는 생애 처음 접하는 샷을 매번 해야 한다. 그러니 허망한 실수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좀 덜 손해 본 샷으로 위안을 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1,000원짜리 내기라도 걸려있으면 떨리는 손은 또 어쩌란 말인가! 만약 1억원 아니 10억원이 걸린 샷이라고 생각하면! 게다가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다면 그 긴장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우승을 하는 큰 선수가 된다니 참으로 어려운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이제부터라도 골프 잘 안 되는 108가지를 대충 알았으니 마음 놓고 실컷 휘둘러보자. 좀 안 맞으면 ‘오늘은 왠지 더 안 맞네!’라고 웃어넘기는 골퍼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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