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도민칼럼-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12 17: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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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요 며칠 서울에서 일을 보고 있다. 시속 60km, 1시간에 60km를 가는 시골에 살다 20km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울에 있으려니 속이 참 답답하다. 집은 다들 앞뒤가 막힌 아파트, 그러니 주말이면 기를 쓰고 나와서 이 추운 겨울에도 야영이 인기라고 한다. 멀리 나가면 돌아올 시간이나 유류비용이 만만치 않아 근교로 나간다는데 차 사이사이 텐트를 다닥다닥 치니 난민촌이 따로 없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다들 참 용하게 살고 있다.

옛날, 한마을에 아무리 많아도 오십 여 가구 이하의 사람들이 살았을 때는 그들이 쓰고 버리는 더러운 물로 개천이 못 쓰게 되지는 않았다. 그들이 태우는 쓰레기로 공기가 나빠지지도 않았고 그들이 버리는 폐자재로 땅이 더럽혀지지도 않았다. 한 곳으로 모이면서 거름으로 쓰던 똥이, 남의 집에 가서 누기에는 아까워 집으로 달려와 누던 똥이, 분뇨가 되어 처치 곤란해지고 쓰레기를 태우거나 묻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된 세상, 사람들의 생활에는 더 많은 규칙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런 제약에 모두들 익숙하다. 예전에는 죄가 되지 않던 일들이 지금은 죄가 된다. 쓰레기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노상방뇨를 한다든지 담배를 아무 곳에서나 피운다든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든지 등등 숱하게 많다.

2004년 KTX(고속철도)가 생기면서 대한민국은 일일생활권이 되었다. 그러면 자기가 태어나거나 자란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수도권으로 더 모여들었다. 교육환경 때문에 서울 집중화가 심화된다고 해서 지방으로 대학을 이전하기도 했지만 분교 형태일 뿐 가장 선망하는 소위 일류대학들이 서울에 있으니 요식에 지나지 않았다. 행정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어놨지만 가보면 다른 가족들은 교육이나 직장 환경을 이유로 도시에 머무르는 비율이 여전해서 세종특별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만 주중에 거주하다보니 주말에는 공동화현상까지 보인다.

언제까지 우리는 서울로만 모여 살아야 할까? 한때 지리산에도 귀촌, 귀농 붐이 일어나나 싶었는데 반짝 몰리더니 요즘은 다시 드물어졌다. 귀촌, 귀농도 도시 인근으로 주로 간다. 시골은 의료시설이 약하다 보니 그런단다. 나이 들수록 병원 가까이 살아야 한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지역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분들이 사망하면 없어질 군(郡)도 생겨날 거라고 한다. 내가 활동하는 하동군도 우선적으로 소멸 될 지역에 들어가 있다는 보고서를 본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살고 있고 지금도 수도권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택문제, 교통 문제, 환경오염 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늘 단기적 방편으로만 마련하다 보니 사람들의 건강이 점점 더 위협받는 형편이다. 몸 건강은 수많은 알약으로 어찌 해결해 본다지만 정신건강은 사회적 편견이 아직도 많아서 쉽게 상담을 받지 못하고 막상 받으려고 해도 전문적인 의사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좁은 땅덩어리 서울은 이제 경제금융의 도시로 자리매김 되어서 정치행정이 옮겨간다고 해도 그로 인해서 집값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투기가 아니고 주거 목적이라면 다 같은 하락이 나쁠 이유도 없다. 정치행정은 분원 형태로나마 국회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데 아까운 젊은이들 158명이 길거리에서 죽는 참사를 지켜보면서 차라리 대통령집무실이 세종특별자치시로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단력 있게 밀어붙이는 그 결기로 세종시를 선택했다면 지역 활성화와 지방분권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로 대한민국 전체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전환의 계기도 되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병들지 않도록 이제 수도권 밀집을 풀어야 한다. 뭉쳐야 살던 시대는 지나고 흩어져야 숨을 쉰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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