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을 떠나며(2)
문학기행을 떠나며(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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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시인
소설가 한승원 선생님의 해산토굴로 향하는 골목 어귀에는 유난히 깨꽃들이 많이 피어나 있다. 해산토굴 가는 길에 종려나무 수백그루가 양옆으로 도열해 있어 이국적 해안 도로 처럼 싱그럽다. 한승원은 1966년 신아 일보 신춘문예에 가증스런 바다로 당선되었고 2년 후 또다시 대한일보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별처럼 등장해 고향인 장흥을 근원으로 하여 문학세계를 가지고 있다. 대학 때부터 공부한 불교사상은 아제아제바라아제를 탄생하게 했으며 원효와 초의 그리고 피플붓다 까지 이어지는 문학 속 불교적 모티프의 여정을 만들어 내기도 한 거목이다. 그의 소설은 운명의 올가미에 한이 서린 존재의 근원을 반복적으로 길들이며 다루었다고 하면 과연 옳은 표현이 될까. 안양 면은 (아제아제바라아제)생명력 넘치는 문학 세계의 터전이 되어 영화 흥행에 성공을 하였고, 장흥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언덕에 지금까지 제자들을 양성하며 계시게 된 이유란다. 바닷가의 삶을 신화화한 한승원은 민중의 삶을 절절하게 잘 풀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주기도 한다.
우수를 머금은 염화미소(拈華微笑)가 있는 떠오르는 시편 하나가 갑자기 나를 못 견디게 흔들어온다.
종려나무 길 따라 오신 당신께-한승원
종려나무길 따라 /정남진 장흥 안양의 연꽃바다에/ 검은 댕기 두루미처럼 /훨훨 날아오신 /사랑하는 당신 (중략)
아, 얼마나 가련한 영혼의 울림인가. 나무의 목늬 같은 한마디 한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한승원 문학 교실에서 깜짝 특강 시간, 다기에 죽로차를 다려 대접한다. 입 안 가득 머금고 보니 그 죽로차 향기에 우주별 들이 꼼지락 거리다 몸속으로 춤을 추 듯 비집고 들어온다. 한국의 차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녹차는 일본식 표현이다. 보성 차는 일본에서 들어온 묘목을 기본으로 해서 보성의 차를 녹차라고 이른다. 중국 송나라 황산곡이 쓴 시가 뇌리에 스치며 생각나는 아침이다./고요히 앉아 있는 곳에서는/ 차를 반쯤 우려냈을 때의/ 첫 향기 같고/오묘하게 움직일 때에는/ 물 흐르고 꽃 피는 듯/
내가 만든 차 맛하고는 사뭇 다른 기운을 느끼며 세잔을 마시고 나니 우주의 기운이 깃들어 빙빙 돌고 있다. 한승원 선생님의 특강중 인간은 보는 것만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명언을 기억하며 아쉬움을 순간 포착 사진으로 남기고 궂은비가 내리는 마을길로 타박타박 내려오려니 친절한 한 지인님 우산을 받쳐주는 훈훈한 인심의 팔목을 꼭 잡고서 버스에 오른다. 이곳을 먼저 다녀간 모 시인은 장흥을 두고 열애처럼 쏟아지는 끈적끈적한 소설의 비가 내리는 땅 이라고 했을까. 남도의 맛깔난 오찬과 함께 다음 여정의 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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