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현장칼럼-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19 15:2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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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총국 국장
최원태/창원총국 국장-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우리 말 '끄트머리'가 있다. 사전에는 '맨 끝이 되는 부분' 혹은 '일의 실마리'라고 되어있다. 끝이 되는 부분과 일의 실마리라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우리 옛 조상들은 끝을 단순히 어떤 일의 마무리로만 여기지 않고 새로운 시작의 전환점으로 보았다.

끝은 끝이 아니다. 끝이 오면 곧 다른 시작으로 돌아간다. 끝은 피리어드(period)가 아니다. 콤마(comma)다. 계속 이어지는, 그래서 다음 다음으로 보완해 간다. 2022년의 끄트머리에 다달았을때 끝인것 같지만 새로운 시작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시간의 빠름을 늘 실감하지만 특히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려고 할 때, 생일을 맞으며 나이가 한 살 늘어 갈 때, 정년 은퇴하는 나이가 될 때, 한 달을 보내고 새로운 달을 시작할 때, 손자나 손녀를 안게 될 때, 우리는 시간의 빠름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되고 세월의 덧 없음을 느끼면서 남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허무감의 일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속설도 있다. 20대는 20km로, 30대는 30km로, 50대는 50km로, 70대는 70km의 속도로 인생이 달려간다고 하는 이야기다. 사실 그럴리가 없다. 다만 느낌일 뿐이다. 20대의 시간이나 90대의 시간이 다른 것은 아니다. 시간의 양과 질은 그 시간을 사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여하에 달려 있을 뿐이다. 누구에게는 시간이 길고 누구에게는 시간의 내용이 짧고가 아니다.

독일의 시인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가 있다. 그 시 가운데 새해가 오고 계절이 바뀌고 나이가 들어도 "늘 푸른 청춘이라네"란 싯구가 우리 가슴에 맴돈다. 늘 청춘이어야 한다. 늘 느끼는 감상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막급이다. 그러나 우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면 그리 염려할 필요가 없다.

웨렌 위어스비의 '하늘에서 이룬것 같이 땅에서도'에 있는 이야기다. 챨스 스펄전은 메트로폴리탄 태버너클에 모인 회중에게 이렇게 설교했다. "잃어버린 세월은 결코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벨이 그들에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은퇴한 임원들의 대답은 대개 이런 것이었다. "첫째 좀 더 일찍 인생의 주도권을 잡고 목표를 설정하겠다. 인생은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다. 둘째 건강을 좀 더 돌보겠다. 셋째 돈을 더 잘 관리하겠다. 넷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 다섯째 자기계발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겠다. 여섯째 더 재미있게 살겠다. 일곱째 경력을 더 잘 계획하겠다. 여덟째 더 많이 베풀겠다" 등이었다.

년말이 되면 흔히 정리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비망록이나 수첩을 정리한다. 사람들의 이름, 전화번호, 집주소, 직장 등을 훑어보고 뺄 사람은 빼고 남을 사람은 남긴다. 세상을 떠난 분, 이해관계나 거래가 끝난 분, 그런 분의 이름을 제하면서 좀 쓸쓸해진다.

남들도 나를 그렇게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럴진데 년말에 자기를 정리 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생명의 삶' 12월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오래전 알프스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13일간 헤매이다가 구출된 일이 있었다. 이 사람은 매일 12시간씩 걸으며 마을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걸었던 길을 역추적 해보니 길 잃은 장소를 중심으로 불과 6km 안에서만 왔다 갔다 한 것이었다. 사람은 눈을 가리면 똑바로 걷지 못한다. 눈을 가리고 20m를 걸으면 일직선에서 4m쯤 치우치고 100m를 가면 원을 그리면서 돌게 된다. 눈을 가리고도 가급적 똑바로 걷는 비결은 30보쯤 걸어간 후 잠깐 멈추었다가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으로 다시 30보쯤 걷는 것이라고 한다.

년말이 인생 행보의 착오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다. 그래야 계속 바른 인생길을 걸으며 후회 없는 삶이 될 것이다. 년말에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수정하고 또 새롭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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