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보훈이야기-시간의 속도
든든한 보훈이야기-시간의 속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2.29 16: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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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숙/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장
김주숙/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장-시간의 속도

새해를 맞이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한해의 마지막인 12월을 보내고 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지는 않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젊을 때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서 20대는 20Km, 40대는 40Km, 60대는 60Km로 나이만큼 시간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하는 것 같다.

시간과 관련하여 최근 읽은 글 중에 기억나는 게 있다. 시골에 사는 팔순 노인이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는 데 본인은 충분히 오래 살았고 항암치료를 하면 생명은 조금 연장될 수 있겠지만 환자가 고생이 심하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봐서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의사에게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더 사실 수 있도록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양쪽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고 누구의 편을 들어주기가 곤란하였지만 현명한 의사는 좋은 대안을 제시했다.

그 대안은 다름 아닌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자식이 지금보다 더 자주 아버지를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아들이 아버지를 1년에 5번을 본다고 가정하면 항암치료를 해서 아버지의 삶을 1년 더 연장한다면 10번을 보게 되는데, 아버지를 좀 더 자주 찾아가 1년에 10번 혹은 20번을 본다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아버지가 1년 또는 2년만큼 삶을 더 연장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던 아들은 너무 바빠서 아버지를 그렇게 자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대부분의 우리도 이 아들과 다르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자식들은 회사 일로, 집안일로 너무너무 바빠서 부모님을 자주 찾아보지 못한다는 핑계를 댄다. 부모에게 자식은 언제나 최우선이지만 자식에게 부모는 필요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것 같다.

그러나 부모님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흘러간다. 지금이라도 부모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빨리 알아채고 거기에 맞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부모님을 위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참회의 눈물을 덜고 우리 스스로를 위로 하는 방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들의 부모님처럼 대부분의 국가유공자분들도 고령이시다. 6·25 참전자들의 평균 연령은 90세를 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많은 국가유공자들이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위태로운 우리나라를 목숨을 걸고 지켜내고 배고팠던 힘든 시절을 후손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시대의 영웅들은 시간이 흘러 흘러 인생의 황혼기를 맞고 계시다. 그분들 덕분에 누리고 있는 지금의 편안함과 풍요로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생활하여야 할 것이다. 감사를 표할 시간이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빠르게 흘러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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