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글로벌 코리아와 K-컬처, 그리고 디카시

베이비 부머 세대로 보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경이 그 자체이다. 제일 교포 친척이라도 방문하여 일본 제품,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 선물이라도 받으면 그냥 감격해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턴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대세다. 요즘 베트남에 체류하며 K-컬처가 이곳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며 새삼 글로벌 코리아를 실감한다.

주중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인근 껀터나 호찌민으로 여행을 한다. 지난 주말 껀터 여행을 할 때 깜빡 잊고 선크림을 챙겨 가지 않아서 현지에서 선크림을 구입하니 생각보다 비쌌다. 껀터는 하노이, 호찌민, 다낭과 함께 베트남 4대 도시에 속할 만큼 큰 도시이다. 대도시의 중심 쇼핑센터 1층 매장에서 의식하지 않고 산 선크림이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니 매장 종업원은 코리아라고 했다. 메콩대학교가 소재하는 빈롱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가끔 사는 마스크에도 코리아라는 로고를 예사로 볼 수 있다. 베트남 고급 브랜드인 하이랜드커피나 더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자주 듣는 음악도 K-pop이다.

한류라는 말이 식상할 만큼 자주 많이 쓰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별로 실감하지 못했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베트남 같은 해외에서이다.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유행해 현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 문화적 현상을 말한다. 한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돼 지금은 유럽, 미국 등 전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한류는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 가요를 넘어 화장품, 음식 등 K-컬처 시대를 열었다. 단군 이래 코리아 브랜드 가치가 이렇듯 상종가를 누린 적이 있었던가. 최근 배우 송중기의 열애설이 기사화되는 것을 보고도 글로벌 코리아 현상의 하나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직은 추측성 기사라지만 송중기가 영국 출신 여배우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티는 영국인 아버지와 콜롬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 출생으로, 런던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2002년 영화 '사랑이라고 불리는 여행', '리지 맥과이어'(2003), '나의 아버지'(2006)', '나는 너를 원해'(2007), '보르히아'(2007)', '버진 테리토리'(2007), '써드 퍼슨'(2013), 'CCTV : 은밀한 시선'(2019) 등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스타이다.

한국배우인 송중기와 영국배우 케이티와의 로맨스는 중국배우 탕웨이가 한국감독 김태용과 결혼한 것과는 또 다른 국면이다. 한류가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되는 최근의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송중기 배우의 경우처럼 최근 한국남자와 유럽여자와의 로맨스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양과 동양의 이원구조에서, 전자는 선진적이고 후자는 후진적이다. 혹은 전자는 우수하고 후자는 열등하다 같은 견고한 틀을 근본적으로 해체해버리고 있는 것도 작금의 K-컬처다. 어느 글에서 쓴 바대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수정되어도 좋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K-컬처는 곧 글로벌 컬처다.

아이티 강국 글로벌 코리아에서 발원한 디카시도 K-컬처 현상의 하나다.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쓰기의 도구로 활용하여 SNS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 최적화된 새로운 시로 평가받는 디카시가 K-컬처 확산에 힘 입어 한국문학사상 최초로 K-리터러처로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경남도민신문이 일간지로서는 최초로 2023 디카시 신춘문예를 전격 실시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