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석/합천수필가
이호석/합천수필가-인간은 언제나 마음의 바다에서 유영한다(2)이 사람들의 마음 바다 외곽에는 철벽같은 방파제가 처져 있다. 이 방파제는 수질이 좋은 물(바른 교육이나 옳은 말)은 막고, 자기의 아집과 욕심을 충족시키는 오염물질에만 수문을 열어준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외동이 많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욱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험난한 생존경쟁 사회에서 좋은 물질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때로는 나쁜 물질도 받아들여야 한다.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도 자기 마음의 바다에 흘러드는 좋고 나쁜 물질을 어떻게 분별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 이것을 선별하는 능력과 지혜에 따라 선(善)하고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惡)하고 사회로부터 멸시받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 온 산에 단풍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수놓는 가을이 되어 여름 내 땀 흘린 농부들이 오곡이 무르익은 풍요로운 들판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마음일 때도 있다. 그러다가 또 어느 틈엔가 매서운 설한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되어 만물이 꽁꽁 얼어붙고, 그 혹한 속에서 나 혼자 길 잃은 기러기처럼 한없는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허공을 헤맬 때도 있다.
한마디로 인생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할 때도 있고, 캄캄한 밤중에 등대를 잃고 그 넓고 깊은 바다 위에서 절망감에 빠져 방황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겪고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먼저 타계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생각하면, 현세에서 방황하고 힘들어도, 오늘도 살아 있음이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다윗왕이 반지에 새겨 놓고 삶의 지표로 삼았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여덟 글자의 명언을 평소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는 슬기가 필요하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보면 행복도 불행도 한순간이다. 순간의 행복에 너무 자만하지 말고, 순간의 불행에 너무 절망하지도 말며, 항상 마음의 바다가 잔잔하고 평온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가장 좋은 인생의 유영(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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