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새해 계획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새해 계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04 15: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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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부회장·시인·수필가
김성진/진주문인협회 부회장·시인·수필가-새해 계획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워가는 내 가슴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새해 아침,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다. 서른을 아쉬워하다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서른을 두 바퀴 돈 지도 세 해째다.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가 되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청춘에 대한 집착이 있는가 보다.

새해 첫날이면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이나 바다로 간다. 나는 새해 첫날이라고 부러 떠난 적은 없다. 시끄럽거나 복잡한 것을 싫어해 오히려 주말이나 특별한 날은 피한다. 하지만 올해는 계획한 일이 많아 결의를 다지는 의미로 새해 첫날 가까운 산을 찾았다. 찬바람에 몸은 움츠러들었지만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 분명 어제와 같은 아침이고 같은 태양이 떠오르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느낌은 다르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지난해를 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단 한 번도 목표한 바를 제대로 이룬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득 연초 세운 계획을 얼마나 이루는지 궁금해진다. 통계에 의하면 한 해 동안 꾸준히 지킨 사람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기에 성공률이 겨우 5%밖에 되지 않을까.

새해 계획으로 가장 많이 세우는 것이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규칙적인 운동, 일기 쓰기 등이며 그 순위는 해마다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해마다 똑같은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 읽기와 매년 한 권의 작품집을 남기는 것’이었다. 연말이 되어 돌아보면 항상 절반의 성과뿐이었다. 매해 실패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똑같은 계획을 세우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목표에 집착하다 보니 행위를 하는 과정조차 스트레스가 되었다. 결과 또한 완벽하지 못하니 이래저래 득이 하나도 없었다.

삶 자체가 변화무쌍한 것이라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융통성 있게 살아야 하는데, 모든 초점을 목표를 이루는 것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일이 꼬이기만 한다. 정신없는 마음에서 억지로 책을 들어봐야 글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순리를 거스르고 마음의 준비 없이 억지로 글을 쓰다 보니 좋은 글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조금 유연해 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기보다 어떤 일을 집중적으로 해보겠다는 폭넓은 목표로 바꾼 것이다. ‘틈만 나면 책을 많이 읽자’라든가, ‘작품 쓰기도 다른 일에 우선하자’로 바꾸고 보니 결과는 오히려 더 나아졌다. 설령 비슷한 결과를 낳더라도 과정의 스트레스는 없어졌다. 그러고 보니 비워야 채워진다는 말에 예외가 없는 것 같다. 욕심을 비우니 스트레스는 없어지고 결과도 나아진 것 같다.

핵주먹 타이슨이 한 말이 생각난다. “링 위에 오르기 전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갖고 있다. 얻어맞기 전에는….” 그처럼 사람들은 대개 나름의 꿈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극히 미미하다. 링에 오를 때 맞을 것도 각오해야 하는 것처럼, 한 해의 계획을 세울 땐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변수의 과정이 결과보다 힘들 것 같으면 차라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조금은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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