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민주주의의 취약성
도민칼럼-민주주의의 취약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05 16:22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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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
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민주주의의 취약성

“진리라는 것이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게 유효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중세를 끝내고 근대를 열었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했던 명언이다. 필자는 이 말을 “민주주의라는 것이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다 좋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바꾸어 써도 그의 견해를 왜곡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필자도 인류 역사에서 민주주의만큼 좋은 제도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 이상적인 제도만큼이나 매우 구조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 극단적인 예인지는 모르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상의 자유도 민주주의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둘이서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하나는 이기면 상대를 안아줘야 하지만 다른 하나가 이기면 상대를 죽일 권한을 갖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안아줘야 하는 쪽이 항상 이기면야 좋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

그 좋은 예가 히틀러다. 히틀러도 처음부터 쿠데타나 무력으로 권좌를 차지하지 않았다. 그도 국민이 선출한 의원이었고 총리였으며, 권좌를 장악한 후 대통령을 겸직하고 총통이 되었다. 민주주의 제도가 갖는 취약점을 우리는 이미 히틀러를 통하여 경험하였다. 그러나 이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너무 오래되어서일까? 우리는 세계 곳곳에 다시 히틀러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걸 묵도하고 있다. 그래, 러시아는 민주주의 제도가 취약한 국가라서 푸틴이 장기 집권하고 독재가 가능하다고 치자. 그러면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트럼프가 독재자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재임 기간에 민주주의는 크게 위협을 받았고, 그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 보수주의자들의 미 의회 습격 사건이었다. 민주주의의 출발지라는 영국은 어떤가? 영국 국민이 선택한 브렉시트 투표는 영국 경제를 내동댕이치면서까지 옛 영광을 갈구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LIBO(리보) 금리로 이야기되던 영국의 금융가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유럽의 금융 중심은 독일로 이동하였고 수많은 젊은이가 좋은 직장을 찾아 영국을 떠나고 있으며 아직 그 수습이 끝나지 않았다. 리즈 트러스 총리의 사임도,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도 현재 영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떤가? 민주주의가 건강해지려면 우선 국민이 깨어있어야 하며,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여 가감 없는 여론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은 국민도 깨어있는 존재가 아니며, 언론은 사기업으로서 기업이익에 봉사할 뿐 사회적 공기로서 목탁의 역할을 내버린 지 오래되었다. 정보의 그레셤 법칙이라고 해야 하나?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가 넘쳐흘러 어느 게 옳은 정보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팩트가 진실 일부인데도 팩트가 모든 사실이고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방송이 난무하고, 뉴스의 유통을 지배하는 포털사이트에는 신문사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클릭을 유도하며, 그 단물에 빠져 신뢰상실이라는 가치를 잃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는 출처도 알 수 없는 사실과 거짓을 마구 뒤섞어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런 혼란으로 말미암아 뉴스 소비자들도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만 소비함으로써 편향성이 극대화되어가고 있다. 누가 와도 치료할 수 없어 보이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취임 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현실. 필자는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이 좋다. 하지만 금방 당선시켜놓고 금방 미워하는 변덕이 심한 국민은 이제 싫다. 아니 이번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다. 지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변덕도 심했고, 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변덕도 심했다. 이제 제발 좀 진중 하자. 내 한 표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경제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며 신중하게 행사하는 한 표가 되었으면 한다. 올 한 해는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선거가 없는 올 한 해 만이라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마음이 되어 달리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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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욱 2023-01-06 13:57:24
김승 시인님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시네요.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즐거은 일이 많이 생기시길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