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번개 치는 듯 아픈, 대상포진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는 추운 겨울철, 대상포진 환자가 늘고 있다. 매년 70여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대상포진은 중년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는 노인성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과로,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젊은 층이나 학생들에게서 발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특정 신경절 속에 잠복해 있다가 몸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하면서 발생한다.

초기 증상의 경우 특정 부위의 찌르거나 화끈거리는 통증과 포진, 근육통, 오한, 발열 등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피부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나, 다른 피부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고 악화될 수 있다. 증상을 방치하면 통증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붉은 반점이 물집으로 변하여 포진이 번지고 신경절을 따라 몸 한쪽으로 길게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의 ‘대상(帶狀)’은 허리띠 같은 띠, 혁대라는 뜻으로 허리띠 모양으로 물집과 진물이 늘어서는 양상에서 비롯되었다. 증상이 얼굴에 생기는 경우, 시신경까지 침투하게 되면 각종 안구질환 및 실명의 위험성도 있으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수두 바이러스가 제7 뇌신경을 침범하는 람세이헌트 증후군의 경우에는 안면마비와 외이 및 고막에 대상포진을 발생시키며 통증, 현기증, 이명 등과 같은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발진과 통증은 2~4주간 계속되다가 끝나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 통증이 계속된다. 이러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심할 경우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특히 60세 이상의 경우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흔하며 재발할 수도 있다. 대상포진의 증상이 보이면 지체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빨리 치료할수록 통증의 강도가 줄어든다.

한의학에서는 대상포진을 열창, 사천창이라 한다. 사천창은 띠 모양으로 생긴 물집과 뱀 모양으로 늘어선 피부염이라는 의미이다. 한의학적 치료는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원인을 나누고 변증하여 치료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체내에 생긴 염증으로 습열(濕熱)이 경락을 침범하여 증상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간기가 울체되어 간경에 쌓인 화독이 피부에까지 넘쳐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나이가 들어 신체가 허약하게 되어 기혈이 응체되거나 독사에 감수되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즉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포진의 양상과 환자의 몸 상태,연령 등을 모두 고려하여 치료한다.

봉침에는 여러 가지 생화학적인 약성분이 있으며 강력한 항염 작용과 혈관 개선 등의 작용으로 수포를 진정시키고 통증을 완화시킨다. 수포가 사라진 다음 대상 포진 후 신경통이 지속되는 경우 신경 기능을 회복하고 체내 불균형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한약 및 침치료, 뜸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한방치료의 통증 감소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대상포진 환자에게 10일간 침과 뜸 치료를 시행했을 때, 표준 양방 치료만 받은 환자에 비해 통증 지속 시간을 7일, 수포와 발진 회복은 3~4일이나 단축시킬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양질의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인 토마토, 당근 등의 녹황색 채소, 버섯, 도라지, 등푸른 생선, 양파, 올리브 등을 고루 섭취하면서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으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