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1)
맛있는 스피치-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11 15: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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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 여행(1)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여행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우리의 목소리도 지문과 같이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름은 사랑의 시작이지만,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2000여명의 수강생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 진단 15가지 항목 테스트로 진단해본 결과 97% 수강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타인이 듣는 것이지 자신이 다시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피치를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대다수의 수강생은 자신의 목소리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수강생들은 영상을 통해 자신의 말투와 어조가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님과 닮은 말투에 놀라워하며,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 같은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세상과 공명하는 나의 목소리 안에는 자신만의 톤, 온도와 질감, 성격과 인격이 들어있다.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환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목소리가 많은 부분 차지한다. 시끄러운 기계음이나 고성음 속에 살았던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목소리 톤보다 높고 말을 빠르게 한다. 반대로 억압되고 의기소침한 환경 속에 살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닫고 살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 톤보다 비교적 소리가 낮고 웅얼거리는 듯 듣는 사람에게 답답한 느낌을 준다. 실제 사례 중 60대 초반의 수강생의 사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분이 예닐곱 살이던 시절, 어머니가 재가해서 계부 집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새 아버지의 눈치를 봐서 딸이 말을 하면 꼬집었고 그 트라우마로 평생 말하는 게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분은 청중 앞에 나와 말을 이어가면서도 몸을 부르르 떨며 꼬집힘을 당하던 그때를 그대로 보여주었고 결국 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많은 사례를 통해서, 필자는 우리 자신의 목소리에는 각자의 삶의 흔적이 곳곳에 배태되어 있음을 알았다. 마찬가지로 물고기는 살아가기 위해서 물결과 물살에 따라 비늘을 형성하듯이 사람도 누구와 함께 보냈는지에 따라서 목소리 톤과 말의 속도, 표현의 방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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