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단상-미국에서 온 게스트(guest)
전원생활의 단상-미국에서 온 게스트(guest)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15 15: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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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원/ 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 은퇴자 연구소 운영
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 은퇴자 연구소 운영-미국에서 온 게스트(guest)

에어비엔비(airbnb) 손님으로 미국에서 젊은 부부가 왔다. 은퇴 후에 지리산 자락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여유 공간에 공유 숙박 플랫폼을 개설한 이후로 종종 해외 게스트가 찾아오곤 한다. 일상의 생활들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기적에 가깝다. 지구촌 반대 어느 도시에서 어찌 알고 이 산골에 있는 우리 집을 예약하고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택시 타고 연결 연결해서 찾아올 수 있단 말인가..

세계 곳곳에서 오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웃고 정을 나누는 조그마한 비니지스가 은퇴자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이 되기도 한다.

“성원님! 남편과 저는 12월 초에 2주 동안 회원님의 아름다운 숙소에 예약을 하고 싶습니다. 지리산 주변 산과 함께 쉬면서 트래킹도 하고 명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땅과 다시 연결되고 싶은 한국인 입양자이고 제 남편은 공학 일을 하는 도미니카계 미국인입니다. 우리 둘 다 매우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이렇게 자기소개를 비교적 소상하게 보내왔다. 외국 사람들은 대부분 예약을 하면 자기들이 누구이며 왜 그곳에 가는지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 사뭇 우리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영어로 온 문자로 보아서 한국어를 모르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입양자로 소개하면서 한국과 다시 연결되고 싶다는 말에 과거 일들이 회상되었고 이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1980년대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 기내에서 여기저기 아기 울음소리로 승무원들이 안절부절못하였고 익숙지 않은 서양인들 품에 아가들이 포대기에 안겨 우는 모습이 어찌 그렇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는지... ‘우리나라에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고 언제 우리도 잘 살게 될까’ 안타까웠던 그때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예약 후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기에 ‘어떻게 지리산 골짜기까지 올 것이냐?‘는 질문을 하니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으며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내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서 내게 확인 요청을 해 왔다. 김해 공항에 도착해서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하동버스터미널로 연결하는 루트가 완벽해서 새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터넷 매체로 세계 어디든 연결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도록 편리해졌구나 싶었다. 과거 이삼십 년 동안 우리도 모르게 인류의 삶과 생활이 그 이전의 무엇보다도 더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드디어 도착한 손님에게 2주간 머물면서 하고 싶은 일들, 가고 싶은 곳, 알고 싶은 것들 등등 지극히 개인적인 궁금증도 조심스럽게 터치하면서 소통이 이어지게 되었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지만 현재까지 어떻게 입양이 되었고 부모가 누구이며 어떤 분이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광주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입양된 것 외엔. 4년 전에 처음 한국에 와서 부모를 찾는 노력을 하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고 이젠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지만 “내가 태어난 조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 것에 감사”하다며 그래도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핏줄에 대한 그리움에 말끝을 흐렸다.

“한인 입양인들은 한국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고 자라면서 한국어와 문화를 접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할 수 있어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많습니다.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기적으로 서로의 이야기와 기도를 나누기 위해 연결을 하곤 합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한국인들과도 연결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말을 이어 가면서 떨리는 목소리가 더욱 우리 부부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어느덧 게스트와 호스트 위치를 잊어버리고 함께 여러 곳을 둘러보기도 하고 저녁도 같이 하고 아내의 영어 수업에 선생으로 초대받기도 하고 서로 이별을 아쉬워해야만 하는 사이로 발전되었다. 애국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지리산 산골까지 찾아오는 이런 분들에게 친절과 사랑을 주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추억을 주는 것도 작은 보탬이 되지 않겠는가. 세상을 아름답게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나는 모든 이에게 사랑과 진심을 전하면 그들도 또 다른 사람에게 그리하면 결국 세계가 건강하고 튼튼해지지 아니 하겠는가?

그들이 떠난 후 보내온 문자에 우리 부부는 뿌듯하고 행복해졌습니다. “우리는 모든 친구들과 가족에게 당신과 당신 아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We have been telling all of our friends and family about you and your w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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