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마음 유지비
도민칼럼-마음 유지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1.30 15: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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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마음 유지비

가뜩이나 추운 올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시끄럽다. 시골은 등유값 상승으로 난리고 도시는 가스비가 유례없이 올라 아우성이다. 이러면 서민층에서는 일시적으로 모든 경제활동이 정지된다. 제일 먼저 외식이 줄고 여행이 줄고 당장 효과나 가성비 없는 것들의 지출이 줄어든다. 그런데 명품매장의 줄은 더 길어졌다고 한다.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고 살림살이는 예전 같지 않다고 볼멘소리가 가득한데 2030세대의 명품 소비율은 왜 떨어지지 않는 걸까?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기본이 있다. 의식주가 그것이다. 일단 몸을 가리고 보온을 하는 옷이 있어야 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하기에 먹어야 하고, 그리고 잠을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인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계층이 극명하게 나뉘다 보니 이 기본에 급이 생겨서 사람들의 마음을 허망하게 하는 일이 많다. 누구는 널찍한 타워팰리스, 누구는 쪽방촌 내지는 작은 평수의 임대아파트, 누구는 명품 백에 명품 옷, 누구는 만든 게 차이난다고 놀리는 메이드인차이나 옷, 누구는 미슐랭 고급 레스토랑, 누구는 컵밥. 경제활동을 하는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이후로 인간에게 동등한 환경은 없지만 지금 대한민국처럼 양극화된 사회도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몸에 들이는 비용에 돈을 많이 쓴다. 명품을 몸에 걸쳐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뭐라 할 수는 없다. 이 세상이 그것을 요구하고 조장하니 일반 사람들이 따라가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최장할부로 혹은 그 명품을 얻기 위하여 너무 과하게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몸에 좋거나 맛있고 값비싼 음식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가전제품이 가득한 고급아파트를 누군들 선호하지 않겠는가? 몸을 대우해 주므로 인해 마음까지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그러하기도 하다.

그런데 마음만을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소비하고 있을까? 몸을 통해서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는 많은 비용을 쏟지만 마음을 통해서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왜냐면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계층이동은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으면 부유하게 살 수 없다. 노력한다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우리 국민의 70% 가까이가 계층이동이 어렵다고 본단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출산율에 대해서는 하고픈 말이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그럼에도 우리 이 한세상을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마음, 즉 멘탈을 단단하게 하면 좋은 점이 계층에 대한 위화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명품을 가져야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본인만의 생각일 뿐, 그저 SNS에서의 과시일 뿐, 자신의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한 소유는 종종 비웃음을 사기 때문이다. 5060세대가 젊었을 때도 지하 방에 살면서 고급스런 차를 몰아야 한다는 속칭 ‘가오파’들도 있었으니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현재가 허하면 더 과시할 수 있는 물질을 찾게 되어있다.

나는 지난 2009년 지리산학교, 지리산행복학교, 그리고 지금의 지리산문화예술학교를 하면서 나누고 싶었던 것이 바로 마음에 대한 담론이었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에 돈과 건강, 명예 등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라고 하지 않는가! 관계는 인간과의 관계도 있지만 자연과의 관계도 있다. 세상은 편리해져 가는데 사람들 마음은 더 바쁘고 여유가 없는 것은 왜일까? 더구나 대한민국은 더 암울하다. 미국의 총기사고를 보면서 혀를 차지만 1년에 총기 사망률이 10만 명 당 14.7명인데 반해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 당 23.6명이다.

더 늦기 전에 숨을 쉬어야 한다. 나는 그 숨을 쉴 수 있는 것이 지리산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 숨을 쉬려고 오는 이들이기에 우리 학교에는 마음의 수준이 높거나 높아지고픈 이들이 온다. 멀어서 혹은 수업료가 있어서 여러 핑계를 대지만 인생의 우선순위를 잘 살펴야 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시간은 쏜살같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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