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이현동 골목문화제를 바라보며
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이현동 골목문화제를 바라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01 15: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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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시인·수필가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시인·수필가-이현동 골목문화제를 바라보며

골목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걷다 보면 서민들의 진한 땀 냄새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 벽화가 핀 아름다운 담벼락을 만날 때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비탈 계단에는 누군가의 추억도 담겨 있다. 그처럼 골목에는 우리네 삶이 있다.

그런 골목도 지난 3년간 문화가 바뀌었다. 코로나가 긴 겨울처럼 골목까지 지배한 탓이다. 많은 것이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의 위치를 돌아볼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 적응의 시간을 지나 조심스럽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공간의 확장성을 생각할 때 골목은 사회 형성의 최소 단위다. 골목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처럼 공간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다. 공간의 활용은 곧 축제를 의미한다. 축제는 어떤 장르가 되더라도 곧 문화로 정착된다. 축제의 종류에는 크게는 국가적 축제부터 작게는 동네 골목 축제까지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엑스포 등이 국가적 축제라면, 개천예술제나 진해군항제 등은 지역 축제라 할 수 있다. 좀 더 작은 단위로 좁혀보면 읍면동의 동네 축제도 있다. 동네 축제는 우리 삶에 가장 근접한 현실이다.

모든 축제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한 삶을 지향한다. 경남에서 동네 축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을 꼽으라면 함안군을 꼽을 수 있다. ‘강주마을의 해바라기 축제’, ‘악양마을의 코스모스 축제’, ‘무진정의 낙화 축제’ 등이 함안군 곳곳에서 열리는 동네 축제다. 주최를 누가 하든 간에 부럽기만 하다. 축제는 꾸준히 그 동네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 동네 축제가 없었다면 연고도 없는 내가 그곳을 알 턱이 없고, 가볼 일은 더욱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진주시 이현동에서도 ‘두고개 골목문화제’가 열렸다. ‘두고개’란 이현동의 옛 지명이다. 아직은 종식되지 못한 코로나 때문에 참여 범위를 제한하다 보니 주민 참여는 부족했다. 하지만 2014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문산읍 허수아비 축제’ 이후 진주의 읍면동에서 개최된 유일한 동네 축제가 아닐까 싶다. ‘두고개 문화제’는 미술과 문학 부문으로 한정하여 학생들을 상대로 공모전을 열고 전시회를 했다. 관계자(동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기성 화가나 문인의 찬조 참여까지 끌어낸 것을 보면 주민을 위한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이현동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존재하는 아름다운 공간이 많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도 많은 동네다. 관계자는 이현동의 옛이야기를 찾아내고 현재의 모습을 담아 앞으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주민에게 즐거움과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명소를 찾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말도 했다. 코로나라는 시절의 특수성 때문에 주민 참여와 공간 활용은 부족했지만, 골목 축제의 초석은 다진 셈이다.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두고개 골목문화제’는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살기 좋은 동네의 기준은 무엇일까. 문화가 살아있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 그런 곳이다. ‘골목문화제’는 분명 코로나로 침체된 주민에게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멋진 아이디어였다. 주제도 동네 구석구석의 지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앞으로 단순하게 작품 출품자들만이 참가하는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과 손님이 체험하는 축제로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확장성을 가져 이왕이면 그 지역의 자연경관이나 문화유적 또는 전통음식과 조화를 이룬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테마가 있는 골목을 만들고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두고개 골목문화제’가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주민과 기관이 하나가 된다면 그야말로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축제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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