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내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3)-음도(音度)
맛있는 스피치-내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3)-음도(音度)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08 15:3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내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3)-음도(音度)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맛있는 스피치에서 목소리와 말하는 방식은 곧 전달력으로 연결되며 듣는 사람에겐 소통을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음악에 음계가 있듯 스피치엔 음도가 있다. 정확한 음도 분리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필자는 간단한 도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 톤을 찾아준다. 맛있는 스피치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음도는 소리의 높낮이, 목소리 톤이다. 목소리 톤에는 가장 낮은 음인 10음도에서 클라이맥스인 100음도까지 구분할 수 있다. 10음도는 가장 낮은 음성, 속삭일 때의 음성이다. 25음도는 낮은 음성이며 1:1 개인 대화 때의 음성에 주로 쓰인다. 30음도에서 50음도는 소집단 커뮤니케이션이나 좌담, 회의, 토의할 때 적당한 목소리다. 75음도는 다수 커뮤니케이션이나 연설, 강연, 설교 등에 들어가며 100음도는 발악할 때의 음성, 최고조의 음성이다.

자신의 음성을 상황에 맞는 단계별 높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25음도로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70음도 소리를 내면 좋은 의도로 말해도 상대는 말에 담긴 뜻보다 음도의 강도에 따라 감정을 상하며 대화는 중단되기도 한다. 수강생 중 남편과의 불통으로 인문스피치아카데미에 찾아온 분 이야기다. A씨의 간절한 바람은 남편과의 소통이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집엔 퇴직한 남편과 단둘이고 대부분의 하루를 같이 생활하는데 대화만 하면 서로 싸우듯 소리가 높아진다. 그렇다 보니 중요한 의논을 할 때 결론도 못 내리고 싸우게 되고 사소한 이야기에도 서로 첫마디부터 감정이 불편하게 된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니 화병은 커졌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100음도의 소리를 질렀고 심지어 보이는 물건을 집어 던지는 상황까지 갔다. 많은 방법을 동원해 남편과의 소통을 시도했지만 남편은 묵묵부답이고 더 소리를 지르면 귀에 이어폰을 낀다고 했다. 화를 못 이겨 혼자 울다 잠든 밤이 많았고 소통이 안 되니 피로감만 쌓여 아무 낙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사례는 개인 상담보다 청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타인과 경험함으로써 몸에 익혀야 한다. A씨는 첫인상부터 음도가 높고 속도가 빨랐다. 8주 과정 수업을 통해 음도 전달력과 소리가 주는 경청과 공감을 직접 경험하게 했다. 수업 과정 중 익힌 자신의 목소리 톤 20~50음도로 남편에게 대화를 시작했고 음도에 따른 변화가 전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발표했다. A씨의 대화 방법, 음도를 낮추고 경청하는 모습에 남편은 반응했다. 남편의 말을 적극적 듣기(상대에 대한 공감적 경청을 나의 말로서 다시 구현하는 방식)로 표현해주며 낮고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니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A씨가 “여보 그동안 내 마음을 왜 그렇게 몰라줬어요?”하고 물었더니 남편 하는 말, “칙칙폭폭 기차가 또 지나가는구나” 생각하며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화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음도를 높이면 서로의 마음을 밀어내는 것이다. 갈등의 10%는 의견 차이에서 오지만 나머지 90%는 적절치 못한 음도와 억양에서 온다는 통계가 있다. 목소리의 크기가 옳고 그름의 척도는 아니다. 소리를 지르면 마음이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는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관계는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 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다.

말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며 그 사람의 사상의 옷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말이 가시처럼 돋지 않고 작은 일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바야흐로 말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조용하되 힘이 있고 경박하지 않는 자신만의 음도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대화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다정한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 중에 첩첩남남(喋喋喃喃)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다. 지금 나의 목소리 톤은 어느 정도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