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생명이 돋아나는 봄
현장칼럼-생명이 돋아나는 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09 16: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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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

최원태/창원본부장(국장)-생명이 돋아나는 봄


봄은 생명이 되살아 나는 기적의 계절이다. "봄에 돋아나는 잎사귀마다 온 산천의 모든 나무들은 순위를 정하듯이 자기의 피어오르는 시기를 알고 질서 있게 그 자태를 나타낸다. 꽃이 피면 세상은 밝고 따뜻해진다. 꼭 닫혔던 창문들이 열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열린다.

새삼스레 이 봄이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화사한 목련의 눈부신 자태들, 봄에만 피는 온갖 봄꽃들의 아름다움과 향기의 향연, 깨알같이 붙은 싸리나무의 꽃들, 이런 꽃만이 아니다. 길가에, 아파트 베란다에, 손바닥만 한 뜰에, 돌층계 틈에서도 작은 꽃이 핀다. 그리고 크고 작고 꽃잎의 모양도 색깔도 꽃 한 송이가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답다.

사람들도 고운 옷을 입고 나들이 나선다. 그들은 자신이 꽃이 되고 싶어 한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죽었던 땅에서, 벌거벗은 나무에서, 메마른 가지에서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소리가 들린다. 식물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종류별로 새순이 나오고 꽃을 피운다.

사람들이 긴 겨울을 견디고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자연에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덧 다가온 봄기운에 꽃망울이 터지면서 온 땅이 생명으로 충만해진다. 피어나는 생명이 터지는 봄의 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여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보자! 새 움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봄의 전경이 기별해 온다. 눈을 뜨라! 귀를 기울여라! 냄새를 맡아 보라! 봄이 왔다고, 봄의 생명이 살아났다고, 곽효환 시인의 '얼음새꽃'이란 시가 있다.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생명이 메마른 우리에게 선물로 또 주어진다. 시인 도종환의 ‘다시 오는 봄’이란 시도 있다.

‘햇빛이 너무 밝아 눈물 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 기러기 떼 열 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생명이 돋아나는 봄이 오는 것이 삶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살아있구나 생각하니 기쁨이 치솟는다. 시인은 봄이 와서 좋은 것은 ‘아! 내가 살아 있구나’하고 느끼는 느낌 때문이라고 한다.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지저귀는 새, 움트는 생명들, 그 자연 속에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이 봄에 더욱 우리를 흥분시킨다. 자연 안에 살아있는 나의 생명, 이 봄과 더불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봄, 한 계절을 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인가! ‘꽃 피기 전 봄 산 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구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이웃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이 내게로 돌아와 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기쁨이 이 봄에 우리 모두에게 했으면 좋겠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기에 우리의 생명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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