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인륜지대사
도민칼럼-인륜지대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09 16:0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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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인륜지대사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첫째는 어머니 자궁으로부터 으앙 하고 세상에 태어나는 걸 말하고 두 번째는 결혼해 부부로 탄생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이처럼 결혼은 죽음을 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보다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이를 다시 설명한다면 서로 태어나 자랐던 곳이 다르고 이름도 성도 몰랐던 남녀가 처음 만나 살 비비고 사는 걸 결혼이라 한다. 이가 곧 첫째 인륜지대사이고 두 번째가 죽음을 하고 장례를 치르는 일이라 일컫는다. 인륜은 지상에 사는 이들이 만들어 놓은 생활 법칙을 따라가며 사는 일이고, 천륜은 하늘 뜻을 지상에 내려보내 지키게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니 인륜도 천륜도 모두 하늘 뜻을 따라야 한다는 뜻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이처럼 남녀가 짝을 이룬 후에 자식들이 태어나면 부모와 자식 관계가 이루어지고 하나둘, 형제들이 늘어난다. 자매들이 늘어나고 같은 피를 이어받은 혈육 관계가 인륜 같지만, 천륜으로 이루어진 사실이니 마땅히 인륜도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도, 형제와 자매간도, 하늘 법인 천륜으로 정해진 법칙이니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으면 패륜아로 낙인찍히고 만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어린 개구쟁이들도 덩달아 신났었다. 그때 결혼식 광경을 보면 신랑의 사주와 청혼서, 신부의 한복 치마 저고릿감과 가락지 등 예단을 사주함에 넣어 신부집에 신랑 친구들에게 함을 지워 보낸다. 이때 함진아비가 동구밖에 들어오면서부터 동네가 시끌벅적했었다.

신부집 마당 가운데 놓인 초례상에는 나무 기러기 한 쌍과 살아 있는 닭, 쌀과 팥, 목화씨와 대나무 잎과 솔가지 등이 올려졌다. 사모관대로 차려입은 신랑은 위세도 당당했다. 족두리를 쓰고 곱게 단장한 새색시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두 여인의 도우미 부축을 받고 드디어 마당으로 나온 신부는 얼굴을 가렸으니 들러리가 가린 천을 들어 올리기 전에는 신랑이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전통혼례식은 정말이지 엄숙하게 진행되어 보는 사람들도 숨을 죽이면서 지켜보았었다.

그때 신랑 측에서 두루마리 축사를 읽고 나면 신부 측에서 두루마리 답사를 펼쳐 읽는 장면은 어린 나이였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세월이 오래 흘렀지만, 이처럼 인륜지대사인 그때의 결혼식 풍경이 자주 떠오른다. 내 어릴 때 그때만 해도 신부가 탄 가마가 동구밖에 나타나면 어른들은 개구쟁이들이 쳐다보지 못하도록 집으로 쫓아 보냈으니 70이 넘은 지금도 무슨 까닭인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제는 인륜지대사 중, 두 번째 얘기인 장례 얘기를 해 보기로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바뀌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2년에 어머니께서 세상 떠나실 때는 아직 셋집에 살 때였다. 그때 벌써 종합병원에 장례예식장이 있었지만, 장례식을 집에서 삼일장으로 치렀고 공원묘지에 매장했었다.

성경에 펼쳐지는 이스라엘의 구약시대나 예수님 시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장례와 비슷한 삼일장을 치렀던 걸 본다. 가족 중에 누가 죽으면 옷을 찢고 곡을 했다. 시신을 새 마포로 감싸고 3일 후에 매장을 했으니 우리 장례문화와 비슷했다. 이 때문인지 일찍이 교회에 다녔던 기독인으로서 화장보다는 매장을 택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요즘 장례문화는 매장보다는 화장이 대세다. 교회식 장례도 마찬가지로 거의 화장을 택하고 있지만 내가 죽음을 맞을 때 어떤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라고 아직 밝히지 못했다. 성경 속에 장례식 장면은 모두가 매장이며 화장했던 걸 찾아볼 수 없다. 예수께서 재림 때는 무덤 속에 장사 지낸 자가 죽기 전 모습으로 부활한다는 기독 신앙을 가진 자로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3, 4십 년 전에 세상 떠나신 부모님 유골(類骨)을 화장해 납골당에 모시기를 망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륜지대사라 하면 태어나 살면서 치러야 할 큰일로 짝을 만나 하나 되는 결혼 의식을 치르는 것과 죽음을 맞이한 자의 장례를 치르는 일이 인륜지대사란다. 그렇지만 결혼식만이 인륜지대사인 것처럼 인식하기보다는 죽음 직전과 후에 일도 우리 모두 고민해 봐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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