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봄과 봄을 기다리는 계절
현장칼럼-봄과 봄을 기다리는 계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14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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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봄과 봄을 기다리는 계절

봄이 왔다. 지난 겨울은 많은 눈도 내리지 않았고 혹독한 추위도 없었다. 그럼에도 대지는 종종 얼어붙었고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렸고 공기는 차가웠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왔다. 우선 바람이 다르고 햇빛이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음산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봄이 오면 모든 꽃으로부터 영원하고 즐거운 선물을 받게 된다”라고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란 말이 있다. 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뿌리로 돌아가서는 썩어서 새로운 생명력을 잉태하게 한다.

만물은 태어나고 자라서 번창하지만 언젠가는 시들고 낙하 낙엽하여 뿌리로 돌아간다.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초목은 대지로 그러면서 다시 생명을 얻고 다시 잃고 순환을 되풀이 하면서 유유히 영원 속으로 흘러간다. 이 생명의 흐름, 다시 그 봄을 맞는다.

“숲의 생활사”에서 차윤정은 이렇게 말한다. “봄바람은 사람을 바람나게 한다. 봄바람은 비단결처럼 부드럽다. 솜털을 간질이는 듯 몸에 감기는 미미한 감촉, 겨울 바람의 투박스러움을 한 번 상기해보라. 마른 대지를 날아온 바람은 대지의 따스한 열을 받아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면서 공중으로 떠오른다.

봄이면 사람의 마음이 설레는 것도 이 상승기류 때문이다. 봄바람은 단순한 설렘이 아니다. 그러니 억누를 길도 없으며, 억누를 이유도 없다. 사람도 자연이기에, 이 자연의 변화는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도 변화를 준다.

겨울 내 언 땅에 봄 비가 내리고 쌓인 눈이 녹는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이 깨어나야 생명들도 비로소 깨어 날 수 있다. 나무들은 물이 오르고 앙상하게 메말랐던 가지에 푸른 물이 오른다. 벌써 생명은 시작했다. 단단하게 언 땅도 부드러워진다. 그 위에 따스한 봄빛이 내린다.

만물은 자연의 제일 축복인 빛으로 깨어난다. 이름 모를 들꽃과 풀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동백, 산수유가 경쟁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이 오는 것을 어떻게 아나요? 들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노랫말이 생각난다.

봄은 겨울을 넘기고 사람들에게도 봄은 희망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 서면 추운 지난 겨울의 움추림과 부자유함이 깨끗이 씻겨 간다. 그래서 봄은 자연이 만물에게 생명을 주듯 우리에게도 새 생명, 새 도약의 기회가 다가 오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의 글귀가 있다.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세상의 계절이 봄과 봄을 기다리는 계절 딱 2개로만 이루어진 거 같다. 매년 오는 봄이고 매년 피는 벚꽃인데, 이 순간을 자꾸만 절실히 기다리게 된다. 어쩌면, 추운 마음을 녹일 핑계로 자꾸만 봄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정말 많이 따뜻해졌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디 따뜻한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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