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박우담의 시가 흐르는 길-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19 14: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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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박우담/한국디카시학 주간·시인-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대문을 열자
치고 들어오는
신간 서적 정보들
가슴 벅차게
푸른 하늘을 본다
이제 문을 닫아도 좋으련만
아직 밤이 오지 않은
좀 더 걸어가야 할 길 남아
뒤돌아봐도 뿌연 안개
욕망을 다 배설하지 못한
몸 일으켜 세워 걷는
황혼 무렵
호찌민 근교
빈롱을 흐르는 메콩강의 은사시나무 떼
이국의 검은 커피를 마시며
고향 집 서재서 비스듬히
잠시 눈을 붙였나 보다

(이상옥의 ‘꿈 꾸는 의자’)

진주에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자정이 지나 흩날리기 시작한 봉두난발은 순식간에 취기를 덮어버렸다. 눈밭엔 아이들보다 먼저 강아지들이 발자국을 찍었다. 응달에 눈이 녹을 때쯤 진양호동물원 이전 소식을 들었다. 현재보다 7배 넓은 부지로 상락원 일원으로 옮겨 개원한다고 한다. 진주는 살기 좋은 곳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한 곳이 부족했는데 명소가 되겠다.

‘꿈 꾸는 의자’는 이상옥 시인의 작품이다. 디카시 창시자인 이상옥 교수는 창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퇴직하고 작년부터 베트남 메콩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디카시는 예전에 없었던 시 장르이다.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하며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을 지향, 멀티 언어예술을 표방한다. 디지털 시대의 최적화된 새로운 시의 몸으로 드러났다. 2023년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에서도 일간지 최초로 디카시 당선자를 배출하였다. 이는 경남도민신문의 문화 마인드와 디카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떠돌이 개만 뛰어다니던 황량한 벌판에 디카시가 뿌릴 내리고 있다.

‘의자’는 상징성이 크다. 어떤 ‘의자’인지, 누가 앉아 있는 ‘의자’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확 달라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의자’도 직위도 삶도 머물다 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릴 비워줘야 한다. 우리는 푸른별에서 동시대에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다가 이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꿈’이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꿈’이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보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모두 ‘꿈’을 꾸며 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꿈’은 독자에 따라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이상옥은 고성군 마암면 장산숲 곁에서 태어났다. 진돗개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너른 마당엔 초보 벌치기의 벌통도 허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간 비워 둔 ‘고향 집 서재’에는 시집과 문학 이론서가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가 잠시 귀국하여 고향 집을 찾을 때 ‘신간 서적 정보’가 마당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문예지는 물론 각종 인쇄물이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 활동을 통해 그는 ‘다 배설하지 못한’ '욕망'을 승화하고 있다. 베트남의 문화와 디카시의 새로운 소식을 고국에 전하고 있는 문화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빈롱을 흐르는 메콩강의 은사시나무 떼/ 이국의 검은 커피를 마시며’ ‘고향집 서재’를 생각한다고 볼 수 있고,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직 이상옥 교수는 허기져 있다. ‘좀 더 걸어가야 할 길 남아’있다. 그가 씨앗을 뿌려놓은 디카시가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디카시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다. 이제 생활 문학을 넘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욕망을 다 배설하지 못한’ 이상옥은 세미나 등을 통해 이론적 배경을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연구하고 있다. 디카시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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