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문덕수, 김규화 두 시인의 전생설화
도민칼럼-문덕수, 김규화 두 시인의 전생설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20 16: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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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
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문덕수, 김규화 두 시인의 전생설화

2월 12일 베트남에서 김규화 시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곧바로 이틀간 휴강 처리하고는 단숨에 한국으로 갔다. 당일 빈롱에서 호찌민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로 호찌민 탄손넛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심야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13일 아침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니 오전 7시경이었다. 오후 창신대학교 박혜진 도서관장과 서울역에서 만나 함께 고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고 다음 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탄손넛국제공항으로 오니 저녁 10시경이었다. 공항에서 학교차로 3시간 달려 메콩대학교 게스트룸에 15일 새벽 1시에 도착했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시문학사에서 심산문학진흥회 이사회를 마치고 홍익병원에 입원해 계신 김규화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위중한 상태였지만 의식은 또렷하셨다. 손가락을 움직이셔서 손을 잡아드렸더니 고맙다며 문덕수문학관을 잘 부탁한다고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 올해는 현재의 문덕수문학관이 협소해서 창신대학교 도서관 3층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여 새롭게 리모델링해 문덕수문학관 컨퍼런스룸도 조성할 계획이다. 10월경에는 이전 기념 국제적인 행사도 개최하게 되는데, 그것도 못 보시고 별세하셨다고 생각하니,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내내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문덕수 시인의 시 ‘전생설화’ 떠오르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땐 나는 강아지였지./ 목화(木花)송이 같은 한 마리 복술강아지였지./ 그땐 당신은 목련(木蓮)꽃이었지./ 그땐 구름도 당신을 닮아 목련꽃으로 피고/ 맑은 냇물도 목련꽃 빛으로 흐르고/ 죽은 바윗돌에선 목련꽃의 싹이 트고/ 나는 목련꽃 빛의 복술강아지였지./ 그땐 나는 온몸이 달아/ 쇳덩이도 녹일 듯이 온몸이 달아/ 꽃나무를 위성(衛星)처럼 한 천 번쯤 돌다가/ 미친 듯이 문득 날아오를 듯/ 솟구치곤 하다가 떨어져 떨어져/ 꽃나무를 안은 채 타서 죽었지./ 목련꽃같이 핀 이승의 당신/ 먼 전생의 전생 때부터 / 나는 당신을 찾아 헤맨 짐승이었지(‘전생설화’ 전문)’.

꼭 절명시가 아니더라도 어느 시인의 지적처럼 “시인의 언어는 자신의 운명을 담는 성배와도 같다”. 문덕수 시인은 김규화 시인과의 부부연을 목화송이 같은 한 마리 복술강아지와 목련꽃의 아름다운 ‘전생설화’로, 먼 전생의 전생 때부터 당신인 김규화 시인을 찾아 헤맨 짐승이 화자 문덕수 시인 자신이었다고 절대적 사랑을 고백한다.

김규화 시인의 별세 소식은 “전남 승주에서 태어난 김규화 시인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현대문학’, ‘죽음의 서장’, ‘무위’, ‘무심’이 추천돼 등단했다.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문덕수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과 결혼했다. 1977년 ‘시문학’을 인수해 남편과 함께 결호 없이 발행했다.”라며 주요 일간지에 대서특필됐다.

김규화 시인하면 문덕수 시인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월간 ‘시문학'은 1971년 문덕수 시인 등이 주도해 현대문학 자매지로 창간한 시전문 문예지로 1973년 7월호(통권 24호)부터는 문덕수 시인이 편집인 겸 주간을 맡으며 현대문학에서 독립했다. 1977년에는 문덕수 시인이 시문학사를 인수하고 김규화 시인이 발행인을 맡아 2020년 문덕수 선생이 별세한 뒤에도 김규화 시인이 시문학지를 간행해 왔다. 김규화 시인은 위중한 가운데서도 월간 ‘시문학’ 2월호 종간호를 발간하고는 구독자들에게 마지막 배포까지 하고 2월 12일 생을 마감함으로써 ‘시문학’과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하셨다. 참으로 놀라운 집념이며 사명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김규화 시인은 꿈에도 그리웠을 문덕수 선생이 묻힌 대전국립현충원에 함께 영면한다. 한국 문단의 진흥을 위해서 하늘은 이 땅에 두 분 선생님을 보내주셨다. 길이길이 두 분의 아름다운 전생설화는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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