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이런 사람들을 보라
도민칼럼-이런 사람들을 보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23 16: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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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이런 사람들을 보라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새벽시장을 나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무나 배추, 채소, 감이나 사과, 수박, 참외와 각종 과일이 모여드는 농산물 공판장을 가보자. 그리고 고등어 갈치 같은 어(魚)류인 해산물이 모여드는 어판장 해·수산물시장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라.

이들의 모습들에서는 추운 겨울철이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여름철이라 할지라도 아랑곳없다. 근심 걱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생기가 넘치며 삶의 의욕이 넘쳐난다. 같은 새벽 대에 인력시장에 나와서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와는 대조적이다. 농산물이나 해산물, 의류를 판매하는 시장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활력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흡사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1t 화물차에 한 평도 안 되는 철창 안에 갇혀서 끌려가는 견공(犬公)들을 생각하곤 한다. 이들은 자기들의 안식처에 있을 때는 의기양양해서 눈동자에서는 근심 걱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마냥 행복하기만 하던 놈들인데 도살장에 끌려가는 자신들의 운명을 아는 듯 근심 어린 표정에 눈동자마저 초점을 잃고 있는 걸 본다.

이렇듯 아파트 신축 현장이나 건설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은 인력시장에서 온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들을 본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기쁨, 즐거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를 보는 것 같다. 날마다 힘든 막노동에 삶이 지쳐 가고 몸과 맘이 지쳐 가는 이들에게서는 삶의 희망이나 행복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한 시간 하루만 지나면 일당 얼마 받아 가면 그만이다는 속셈을 그들에게서 읽을 수 있다.

이들이 가족을 거느리고 남편과 자녀들의 아버지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아침이면 인력시장에 나가기 위해 새벽 4~5시에 일어나야 한다. 간혹 아침을 차려주는 사람이 있어 밥을 먹고 오는 사람도 있을 테다. 그렇지만 새벽에 집을 나오면서 아침밥을 챙겨 먹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공사 현장이나 노동판으로 팔려 가기를 기다린다.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팔려 가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그렇지만 농산물이나 수산물 도매시장 의류나 신발 등 잡화를 취급하는 새벽시장에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생동감 있는 모습들은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새벽 도매시장에 물건 파는 사람들은 동서남북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많이 팔면 이익을 창출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손발에 차꼬가 채워지지 않은 자유인이다. 많이 팔든 작게 팔든 누가 간섭하는 사람이 없기에 자유인이라 하면 맞는 말일 것이다. 이익이 될 만한 물건을 많이 사서 좋은 값으로 팔아 이윤을 남기면 자녀를 기르고 한푼 두푼 모아서 좋은 집도 장만하고 좋은 차도 사는 꿈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추운 겨울에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도 추운 줄을 모르고 즐겁기만 할 것이다.

인력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눈이나 비 오는 날 그리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일자리가 없으며 아침 일찍 나왔다가 일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일도 많다. 한 달에 10여 일 안팎 일할 수 있는 날이지만 인력소에 소개비로 떼어 주고 나면 하루 10만 원 남짓 수입으로 겨우 먹고살기 바쁘니 새벽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장밋빛 나래를 펼칠 수 있겠는가.

옛말에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소가 자기 몸에 파리나 모기 진드기 같은 해충들을 제거하고 가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덕배기라도 있어야 가능하다. 거기에다 자기 몸을 비벼 대서 해충을 제거하고 가려움도 해결한다는 뜻이다. 이들도 맘 같아서는 돈 모아서 내 집 장만도 하고 가게라도 한 칸 얻어서 국수라도 팔아 보겠다는 그들만의 꿈도 있고 소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이 장밋빛 나래를 펼치기에는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저 하루 뼈 빠지게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므로 돈을 모으고 장사 밑천을 모은다는 것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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