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환경 이야기-병든 우리 사회, 힐테리어로 치유가 가능할까?
치유환경 이야기-병든 우리 사회, 힐테리어로 치유가 가능할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0 10:1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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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오지영/부산대학교 생활환경연구소 연구교수-병든 우리 사회, 힐테리어로 치유가 가능할까?


필자는 실내디자인 전공자로서, 대학원 석사과정부터 지금까지 약 10년간 치유공간, 헬스케어공간에 대해서 연구하고 교육해 오고 있다. 대학교 4학년 시절, 졸업작품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도통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도서관으로 가서 ‘디자인과 거리가 먼 것 같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내가 집어 든 책은 작업 치료학 논문집이었다. 딱 봐도 재미없을 것 같은 책이었다. 그러나 그 책에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여 자폐아를 치료하는 ‘스노젤렌 테라피’를 접하게 되었다. 이에 영감을 받아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우울증, 스트레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 공간을 졸업작품 주제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우수한 졸업작품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때부터 필자는 우울증,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을 실내디자인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석사졸업을 앞둔 어느 날, 당시 의대생이었던 나의 친한 지인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의사이지, 인테리어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아 인테리어도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리라 하는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겼다. 덕분에 지금까지 치유디자인에 대해서 연구해오고 있다.

그럼 정말 인테리어가 사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연구한 결과, 필자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런데 ‘치료’와 ‘치유’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치료는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통한 신체의 질병을 낫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나 ‘치유’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심리, 감정 등 건강한 상태로 나아가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나의 몸에 질병이 생기거나 사고로 신체 부위가 상해를 입었다면 병원으로 가면 된다. 의사는 진료를 할 것이고, 나의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이다. 그러나 ‘치유’는 사람, 생활 습관, 머무는 공간,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하여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다. 나에게 건네는 이웃의 따뜻한 인사, 아침에 하는 가벼운 스트레칭과 산책, 선물 받은 디퓨져에서 내가 좋아하는 꽃향기가 날 때 등등... 나의 일상과 주변에서 나를 치유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필자는 공간을 연구하고 디자인하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환경과 공간을 통해 일어나는 ‘치유’에 대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독자들이 머무는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팁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필자가 전달하는 인테리어 팁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을 통해 증명되고 연구되어 온 내용들로 구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치유(Healing)+공간(Interior)을 일컬어 ‘힐테리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독자들과 만나고자 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및 우울증 발병률 1위 국가, 낮은 국가 행복 지수,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 등의 객관적인 지표는 우리 사회가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회임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환경과 공간에서 늘 생활하고 움직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치유의 공간이 된다면, 더욱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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