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그 단순함에 놀라다
아침을 열며-골프, 그 단순함에 놀라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26 16: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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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그 단순함에 놀라다

요즘 대학가는 졸업으로 분주하다. 4년 동안의 결실을 맺게 되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단체 행사가 취소되었다가 다행스럽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듯해서 캠퍼스의 북적임에 가슴이 설렌다. 또 며칠만 있으면 입학식이라 더더욱 그렇다. 졸업과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새로운 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레고 기대와 희망이 있기 마련이다. 전국의 수많은 골퍼(golfer)에게도 골프를 바라보는 시야가 새롭게 더 넓혀졌으면 한다.

지난 1월의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15세기부터 시작된 역사 속에서 아직 단 한번도 완벽하게 정복된 적이 없는 운동이 바로 골프(golf)라는 운동이다. 그런저런 이유인지 골프 정복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즐비하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미국 PGA(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남자프로골프협회)와 LPGA(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 여자프로골프협회)의 프로(pro, 전문가)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KPGA(korea 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한국프로골프협회)와 KLPGA(korea 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 한국여자골프협회)가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수천만 명의 아마추어(amateur) 동호인들이 골프 정복에 매진(邁進)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매진 정도가 아니라 미쳤다고 여길 정도로 골프에 빠져 있다. 필자(筆者) 역시 15년째 골프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아마도 지금쯤에서 멈추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골프 인생 동안 분석에 분석을 더해서 스윙(swing, 채를 휘두름)을 쪼개고 쪼개서 골프 스윙 자체를 알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운동을 하면서 동반자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었다. 자신은 골프 구력이 30년이 족히 넘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JTBC 골프 시청 10년, SBS 골프 시청 10년, 유튜브(YouTube) 시청 10년’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듯한 골프 구력 30년이다. 방송에서든 유튜브에서든 많은 교습가(프로)들이 ‘골프 스윙은 이렇게 해야 한다, 어드레스(address)는 어떻게, 백스윙(backswing)은 어떻게, 다운스윙(downswing)은 어떻게, 임팩트(impact)는 어떻게 그리고 피니시(finish)는 어떻게 하라고 외친다!’. 물론 어느 한 곳 틀린 곳은 없는 골프 스윙은 정확한 분석이다. 분석이라도 너무 분석적이다. 따라서 각 단계마다 이것만 따라하면 골프 스윙이 완성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런데 차츰 자신의 한계가 느껴질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힘은 떨어지고 유연성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니 어느 하나 좋아지는 것은 없다.

그리고 과연 1~2초 찰나에 이루어지는 스윙을 따라 하기에는 더 큰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러니 이쯤에서 골프를 바로 보는 시각을 좀 바꾸면 어떨까 하는 깨달음이 불현듯이 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접하는 거의 다수는 어릴 적 민속놀이 ‘팽이치기’를 경험했을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곧잘 팽이채로 팽이를 때려가며 잘 돌린다. 골프와 팽이치기가 같은 상황이냐고 묻지 마라. 생각을 좀 바꿔보자는 취지니까. 팽이채로 팽이를 치면서 하체가 먼저 움직이느냐, 상체로 치느냐, 큰 근육을 사용하느냐, 작은 근육을 사용하느냐, 손으로 치느냐, 팔로 치느냐 등을 물어본 적이 있는가! 하물며 팽이채를 잘 휘두르기 위한 어드레스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백스윙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임팩트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등도 물어본 적이 있는가! 그냥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팽이채를 들고 팽이에 잘 맞히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 얼마나 팽이채를 휘두르는 움직임이 단순하고 목적성이 뚜렷한가!

오늘부터라도 골프채를 휘두름에 있어서 너무 고민하지 말자. 골프 스윙 찰나에 생각이 너무 많으면 몸이 경직되고 움직임이 제한된다. 단순하게 들어서 공을 향해 내려치면 된다. 자세든 뭐든 본능에 맡기고 휘둘러보자. 우리 몸은 기가 막히게 공이 잘 맞도록 자신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자신의 본능과 몸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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