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6)
칼럼-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2.27 15:0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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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유언이나 묘비명이 남긴 교훈(6)

▶카스피언 해(海)의 동쪽에 사는 한 야만족과의 싸움에서 전사한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BC600?~BC530):그는 이란인들에게 건국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태어나기 200년 전에 이사야 선지가에 의해 이름이 예언되었다. 페르시아인의 지도자로서, 그가 다스리는 동안 페르시아는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대부분을 정복하고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으로 성장하였다. 29년 동안 통치하면서 메디아, 신 바빌로니아, 리디아를 굴복시켰다.

키루스는 기원전 576년 또는 기원전 590년경에 페르시아족 출신의 안산의 왕 캄비세스 1세와 메디아의 국왕인 아스티아게스의 딸인 만다네 사이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메디아 왕 아스티아게스에게 아들이 없어 어머니 만다네가 왕위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라 메디아 왕족 가운데서도 매우 귀한 왕손이었으나 정작 국왕인 외조부 아스티아게스에게 심하게 박대를 받아 어린 시절에는 목동 밑에서 자라다가 10세가 되어서야 간신히 친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두고 전설에 따르면 아스티아게스가 키루스가 자신의 왕위를 찬탈하는 걸 두려워해 박대했다고 한다.

어머니 만다네가 결혼 전 꿈에서 소변을 보다가 소변이 아시아를 뒤덮는 걸 봤고 이후 키루스를 임신했을 땐 다리 사이에서 포도나무가 자라 아시아를 뒤덮는 꿈을 꾸었다. 외할아버지 아스티아게스가 마고스(메디아의 사제)를 불러 꿈을 해몽해 보니 만다네가 낳을 외손자가 외조부인 자신을 몰아내고 왕이 된다는 해몽을 들었다. 해몽이 두려웠던 아스티아게스는 만다네의 출산이 임박하자 제정 업무를 하던 하르파고스를 불러 외손자의 살해를 지시했다.

이윽고 키루스가 태어나고 하르파고스는 왕의 지시에 따라 자기 집에 몰래 데려왔으나, 어린아이를 살해한다는 것과 혹시나 만다네가 왕위에 올라 아들에 대한 보복을 하진 않을까 두려워 이 일을 다른 이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아스티아게스의 목동 중 미트라다테스에게 키루스를 산속에 버려 죽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미트라다테스도 어린아이를 죽이기가 마음에 걸리기는 한 가지였고 아내 스파코가 키루스를 살려줄 것을 간청하자 마침 스파코가 사산했던 아이를 대신 산에 버리고 키루스는 목동의 아들로 숨겨 키운다.

그리고 목동의 아들로 자란 키루스가 10살이 되던 해 친구들과 ‘왕과 신하’ 놀이를 하던 중 키루스가 왕으로 뽑혔는데 친구들 가운데에는 메디아의 귀족 출신 아이가 있었고 자신은 놀이라도 목동인 키루스를 왕으로 섬길 수 없다고 하자 키루스는 귀족 아이와 싸워 때리게 되었다. 얻어맞은 귀족 아이는 아버지 아르템바레스에게 목동 아들에게 맞은 것을 말하고, 아르템바레스는 목동들의 주인인 국왕 아스티아게스에게 이 사실을 고했고, 아스티아게스는 귀족 아이를 때린 목동 아이 키루스와 그 (양)아버지 미트라다테스를 불러 추궁한다.

그러나 키루스는 국왕 앞에서 당당히 항변했고 그런 기개 당당한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아스티아게스는 그 목동 아이가 10년 전에 죽인 외손자가 혹 아닐까 느껴 목동 미트라다테스와 신하 하르파고스를 심문했고 결국 아스티아게스는 그 목동 아이가 자기 외손자임을 알게 된다. 심문 후 아스티아게스는 자신을 속인 하르파고스의 아들을 죽여 처벌한 뒤 이어 마고스(사제)들을 불러 다시 키루스의 처분을 물었고 마고스들은 키루스가 놀이에서라도 왕이 되었으니 더 이상 키루스는 아스티아게스의 왕위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에 안심한 아스티아게스는 키루스를 친부모가 있던 페르시아로 보냈다. 키루스는 성년이 되자 외할아버지 아스티아게스에게 반란을 일으켜 메디아 제국을 정복하고 나라의 이름을 메디아에서 페르시아로 바꾸었다. 키루스는 카스피해 동쪽 중앙아시아의 유목민과 벌어진 전투에서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고 전사했다. ‘나의 마지막 말을 잘 기억해 두라. 그대의 친구들에 친절을 베풀라. 그러면 그대의 적을 징벌할 수 있는 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내 귀여운 아이들아! 잘 있거라. 그리고 너의 어머니더러 나에게 작별 인사를 해 달라고 전해라. 가까이 있는 친구나 멀리 있는 친구 모두들 잘 있거라’.

키루스는 종교적 관용과 다른 민족에 대한 배려가 뛰어난 관대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알렉산더가 키루스의 무덤을 방문했을 때, 존경의 의미로 키루스 왕의 무덤을 잘 꾸몄다고 한다. 키루스의 무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대의 친구들에 친절을 베풀라. 그러면 그대의 적을 징벌할 수 있는 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대목의 유언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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