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남강 수중보를 바라보며
김성진의 다른 눈으로 세상 읽기-남강 수중보를 바라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1 15: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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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시인·수필가
김성진/진주문인협회 회장·시인·수필가-남강 수중보를 바라보며

늦은 저녁 무렵이었다. 남강 고수부지를 걷고 있는데, 한 강태공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라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잡은 물고기를 망에 넣어 강 가장자리에 담가두고 있었는데, 잠시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강 가운데서 수달 한 마리가 헤엄쳐오더니 잡아둔 물고기를 휙, 낚아채 이내 반대편으로 유유히 사라져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낚시꾼에겐 미안했지만 웃음이 나왔다.

요즘 남강에 천연기념물 수달을 보는 것이 흔하다. 진주시에서 ‘진주말’과 연계하여 ‘하모’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하모는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어느새 진주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고 보니 남강이 참 많이 변했다. 예전엔 수달은커녕 물고기조차 살기 힘들 정도로 수질이 오염되어 있던 시기가 있었다. 오랜 기간 관계기관의 노력이 있었던 것 같다.

더듬어보면, 남강의 모습은 크게 1998년 이전과 이후의 모습으로 나눌 수 있다. 왜 하필이면 1998년일까. 그 해는 진양교 아래 수중보가 설치된 해이다. 보가 설치되고 강변이 정비되기 전엔 어땠을까. 장마가 오면 강은 범람하여 온 시내가 물에 잠기기도 했고, 가뭄이 들면 강바닥은 말라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들쑥날쑥한 강바닥 때문에 익사 사고도 해마다 여러 건 발생했다. 강이 아니라 차라리 하천의 모습이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제대로 된 강의 모습으로 변했다. 또한 지저분했던 강변은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고수부지로 변했다.

강의 수량은 상류의 산세와 숲 규모에 따라 양의 차이는 있지만, 끊임없이 지류를 타고 내려온다. 수중보 원리를 보면 일정량의 수량을 유지하면서 상류에서 유입되는 수량만큼 하류로 흘려보내는 원리다. 같은 원리로 일정 거리마다 수중보를 설치하면 강은 바다까지 일정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다. 남강 수중보는 수위 조절뿐만 아니라 하류 지역 농공업 용수 공급기능을 겸하고 있다. 더군다나 수위를 인공으로 조절해 여름철 재난사고 예방뿐만 아니라 남강수영대회, 비차대회, 논개제, 유등축제 등에 필요한 수위를 유지한다.

지금 남부지역은 최악의 가뭄 상태다. 특히 호남지역은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식수마저 모자라 곧 제한 급수가 실시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바닥을 드러낸 농업용 저수지를 채우기 위해 현재 영산강 물을 끌어 쓰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앞으로 영산강 보 해체가 계획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 때 결정한 일이지만, 계획대로 보를 해체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보다 더한 가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상황은 역전되어 보와 댐을 더 설치하자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으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2015년 12월 20일, 유엔의 환경계획 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은 기후변화로 빈번한 가뭄과 홍수를 겪고 있다며, 추가적인 물관리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덧붙여 환경친화적인 조건으로 4대강 사업을 통해서 물 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유엔의 보고서에서조차 필요성을 강조한 수중보를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해체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가뭄에도 호쾌하게 물을 내리는 남강 수중보를 보고 있으면 마음마저 후련해진다. 정치적인 논리로 국민을 갈라놓은 4대강 수중보, 제대로 활용해 보지도 않고 지난 정권 때 해체를 결정했다. 이제금 해당 지역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추진력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고 정주영 회장, 그의 명언 “이봐 해봤어”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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