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얼굴 보자, 봄이다!
도민칼럼-얼굴 보자, 봄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2 15: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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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얼굴 보자, 봄이다!

오는 3월 4일 토요일이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입학식이다. 학교라는 명칭을 쓰지만 어른들과 가족들이 모여 노는 문화예술 놀이터이다. 2009년 시작했으니 올해가 15년차 되었다. 30대에 온 학생도 50대가 되고 그때 꼬꼬마도 주민등록증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나는 이곳의 교무처장이다. 처음 만들 때는 지리산대학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나도 그에 동의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공부하니 큰 공부라는 이름의 대학(大學)이 어떤가 싶었고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빚을 갚는 심정으로 교사를 자청했으니 지역민들에게 자존감을 주기 위해서 대학이라는 명칭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더 낮은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가자는 그림반 오치근 선생님의 제안으로 학교가 되었다. 그런데 내 직함은 교무처장이다. 어차피 봉사하는 마음으로 모여 만든 학교니 돈을 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직함이나 큰 것을 달라고 했더니 졸지에 ‘교무처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와 같이 일하는 교무처 식구는 교무간사다. 문화예술단체의 직함이다. 교무과장도 있고 행정과장도 있는 우리 학교, 어쩌면 뒤죽박죽인 것 같지만 세상이 정한 관습보다 우리는 더 자기 일에 충실하고 그 직함에 걸맞게 일을 한다.

그런데 월급은 나 빼고 없다. 일 년에 세 번 입학식, 축제, 종강식, 이때만 이박삼일씩 일을 하고 교통비 정도 되는 활동비를 받는다. 나는 그럼 얼마를 받느냐? 연봉 260, 지난해부터 올라서 그 어마어마한 돈을 받는다. 내 친구들에게 연봉을 말하면 언뜻 알아듣고는 ‘아! 시골이니까 그 정도로 살 수 있지?’하고 되묻는다. ‘그럼 살 수 있지. 5만 원은 저축하고 5만 원은 생활비하고 5만 원은 경조사?’ 그러면 그때서야 알아듣고 서로 웃는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아무런 도움 없이 꾸려나가는 학교의 살림살이다 보니 1박 2일씩 수업하는 교사님도 강의교통비 혹은 공연교통비라는 명목으로 최저시급을 받는다고 해야 하나? 우리에게는 애초 그런 구분 없이 이 학교를 해나가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수업료라는 명목으로 등록비를 받는다. 지역에서는 무료 강좌도 많아서 학비를 낸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학비 때문에 다니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죄송한 마음도 든다. 간혹 지원을 받으라는 말들을 하지만 그러면 기대게 되고 메이게 되고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이 학교를 하는 것이 ‘행복’에 대한 담론인데 그것은 스스로 이루었을 때가 아닌가 싶고 생각에 따라서 많을 수도, 적을 수도, 혹은 적당할 수도 있지만 한 달에 한번 하는 수업, 일 년 총 수강료 25만 원만 내면 입학식, 축제, 종강식 때 밥도 주고 재워도 주니 우리의 많은 경비가 실은 모두가 함께 어울려 잔치를 벌일 때 주로 쓴다. 솔직히 수업료(공연료)만으로 운영이 어렵다. 그럴 때마다 도움을 주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동안은 덥석 받기만 했는데 지난해 전문예술단체가 되어서 기부금 영수증이라도 떼어 줄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모두가 모이는 날은 공개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일 년에 세 번 3월 1주차 토요일이 입학식, 6월 2주차 토요일이 축제, 11월 1주차 토요일이 종강식으로 재학생뿐만 아니라 학교를 아는 모든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그날은 참가비만 내고 수업도 듣고 공연도 보고 식사도 함께 하고 숙박도 한다. 그렇게 어울렁더울렁 이 한세상을 살아내 보는 것이다.

요즘 살기가 힘드니, 뉴스 보기가 짜증나니 하지만 삶의 모든 일이 다 정치적으로만 흐르는 것도 아니고 건강하게 잘 지내야 또 긍정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인생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학교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든 지리산에 가면 함께 어울릴 사람들이 있고 숨 쉴 수 있는 곳이 있어 올해는 꼭 가봐야지’한다는 학우의 말을 들었을 때다. 그래서 이 학교를 오래 해야 하는구나, 하는 사명감도 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숨 쉬러 오시라고 불러본다. “얼굴 보자,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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