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5)-칭찬언어
맛있는 스피치-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5)-칭찬언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8 15: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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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5)-칭찬언어

남아프리카 잠비아 바벰바 부족에게는 잘못된 구성원을 바로잡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 이 부족은 반인륜적, 반사회적인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니 흥미로운 의식으로 잘못을 저지른 구성원을 교화시킨다. 바로 칭찬 릴레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마을광장 한가운데 세우고 그 사람 주위에 원을 그리며 선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에게 베풀었던 선행을 하나씩 말하게 한다. 그의 긍정적인 성품과 재능, 그가 베푼 호의와 선행, 인내심을 갖고 참여한 것,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한 좋은 일들을 하나씩 릴레이 칭찬을 한다. 참여했던 부족원 전체가 그 사람의 칭찬거리를 다 찾아내면 의식이 끝나고 즐거운 축제를 벌인다.

그의 잘못을 열거해 자존심을 훼손시키기보다 긍정적이고 애정 어린 방법으로 그가 지닌 가치를 상기시켜 자존감을 북돋아 다시 부족의 일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교화방식이다. 필자는 2천여 명의 수강생을 만나면서 말로 입은 상처가 어떻게 목소리와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다양한 심리 여행을 하게 된다. 언어의 정글을 탐험하며 말로 입은 상처가 심리뿐 아니라 시각언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 사례로 27세 K씨는 타인과의 눈 맞춤이 어려워 취업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인문스피치를 먼저 경험한 수강생의 적극적인 권유로 수업에 참여했다. 첫 만남의 자리부터 그는 눈을 맞추지 못했고 몹시 불안한 듯 시선이 흔들렸다. 대학에서 소개팅을 몇 번 가졌는데 상대 여성과 눈을 맞추지 못해 늘 실패로 돌아왔다고 했다. 취업을 위해 심층 면접 자리에서 눈 맞춤이 어려워 1차 2차를 통과해도 3차 면접에서 낙방하는 상황이었다. 얼굴을 마주하며 눈을 맞춘다는 것은 맛있는 스피치의 비언어적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큰 힘은 긍정심리다. K씨는 그동안 가족과의 불화로 마음 문이 닫혀 있었다. 심리의 핵심은 늘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마음의 법칙에 대한 질문이다. 긍정적인 진솔한 칭찬은 사람을 움직인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의 응원과 칭찬은 그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인문스피치아카데미 수업 종료 10분 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칭찬 릴레이를 한다. 과장되거나 불편한 칭찬은 듣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칭찬하는 사람도 거북하다.

긍정적인 진솔한 칭찬을 습관화하기 위해 ‘칭찬의 밤’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잘못한 것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말보다 칭찬과 감사로 자존감을 불러일으켜 ‘할 수 있다’라는 긍정심리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타인과의 눈 맞춤이 어려웠던 K씨는 긍정 정서 회복을 통해 원근 좌우 눈 맞춤이 부드러워졌고 마지막 수료식에선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칼럼을 준비하며 오랜만에 전화를 했더니 중소기업에 취업도 하고 애인도 생겼다며 반갑게 소통했다. 요즘 우리 사회 언어를 살펴보면 돌직구가 유행이다. 방송이나 드라마에서도 돌직구는 에두르거나 체면을 차리지 않고 솔직하게 정곡을 찌른다. 4~5년 전부터 유행했던 독설이라는 연장선에 있는 신조어인 돌직구는 타인의 단점을 들추어내어 비방하고 희화화(戱畵化)한다. 언어폭력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는 현시대에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보자. 나의 말은 감사와 배려의 언어인가?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칭찬 한마디의 값어치는 좋은 약이 된다.

최근 누군가에게 진솔한 칭찬의 말을 건넨 적 있는가? ‘본받고 싶습니다’, ‘배우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봄꽃이 피는 오늘, 곁에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칭찬 한마디로 말 꽃을 피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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