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환 칼럼-안타까운 의대 쏠림현상 유감
장성환 칼럼-안타까운 의대 쏠림현상 유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09 15: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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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안타까운 의대 쏠림현상 유감

한 유명 입시학원 발표에 의하면 2023학년도 전국대학 자연계열 정시 지원 가능 상위 20개 학과에 의예과 18개, 치의예과 2개가 차지하였다고 한다. 2022학년도에는 그나마 20위권 내에 있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가 다른 의예과에 자리를 내주었다. 의대 정시 합격생 가운데 3수 이상 비율이 40%를 넘으며, 이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였거나 졸업한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다시 공부하거나 진로를 변경하는 사례도 줄지 않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이미 학원가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의대반을 만들어 중학교 수학 선행학습 과정을 시키고 있는데,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마저도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과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3수까지 감수하면서 의대에 들어가면 성공과 행복이 보장되는 것일까? 적어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은 담보되는 것인가?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겪은 부모 세대가 정년 없는 전문직으로서의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는데서 의대 쏠림 현상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의사단체 임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의사들의 삶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보아온 필자가 보기에는, 의사들의 수입이 여타 직업군보다 많기는 하더라도, 투자 시간과 비용 대비로는 결코 많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삶의 질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고 싶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의사가 병의원을 개설하면 당연히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운용되고 있고, 의사가 의학적 판단을 하여 환자에게 진료를 한다고 하여 모두 합법이 되는 것이 아니며, 국가가 정해 놓은 매우 엄격한 요양급여 기준이라는 틀 안에서만 합법으로 인정된다. 미리 행위 유형과 가격을 싸게 정해 놓고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하고 있으니,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은 가히 세계 최고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국가기관은 의사가 요양급여 기준을 맞추는지 사전심사와 사후확인, 현지조사(실사) 등을 통해 진료비를 환수하고 업무정지, 의사면허정지 처분,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 등 이중 삼중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관들은 보험재정정책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요양급여기준을 적시에 안내하지 않고 있으며, 현지조사(실사)를 받을 때 요양급여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의료기관이 사실상 입증해야 환수처분이나 업무정지 처분을 면할 수 있다.

요양급여기준이 불분명하여 수년 동안 보험급여를 청구해 오다가 몇 년치를 한 번에 환수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실사의 압박감과 막대한 환수금에 대한 부담으로 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의사들은 토요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아침 7시부터 회진을 돌고 하루 종일 진료와 수술 등의 일정으로 좀처럼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장차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과 자식을 의대에 합격시켜서 주위에서 부러움을 받고 싶은 학부모님들께서는 어떤 삶이 행복한지를 곰곰이 곱씹어보시고, 기초과학과 컴퓨터공학, 반도체 시스템 등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한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업력을 쌓아가거나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의대 졸업 후 막대한 개업 비용과 유지비용을 감수하면서 사는 것보다 가성비가 좋을 것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앞으로는 의대를 나오더라도 임상의사보다 기초의학 연구를 하는 의학과학자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유망해 보인다. 의대를 가더라도 이미 출혈경쟁이 심각해진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미용과 개업보다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관련 산업군으로 진출하는 것이 투자 대비 기대수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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