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학폭
도민칼럼-학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13 15:48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학폭

학폭은 학교폭력을 줄인 말이다. 어릴 때 애들끼리 치고 박는 성장의 한 단면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당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나올 때부터 화제였다. 아이들의 학교 폭력 실태를 모르는 이들은 드라마여서 과장이 심한가 보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2006년 청주중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었다. 고데기로 지지고 압핀으로 찌르며 3일씩 감금하고 때린 일이 비단 2006년에만 있지 않았다. 내가 사는 지리산에서도 도시로 유학 간 고등학교 아이가 자기 자취방에서 친구들에게 혹독한 일을 당하여 사망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공분한다. 현실에서는 그 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간호사가 되고 심지어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다. 부모가 경제력과 권력이 있으면 더 한 죄를 짓고도 당당하고 도리어 피해자만 숨어버리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가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였다가 낙마한 정순신씨의 아들 사건이다. 그 와중에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후반부가 나왔으니 전반부를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찾아보는 모양이다.

드라마에서 폭력을 당하는 여러 사건을 본다. 남편에게 매 맞는 아내, 성폭력을 당하는 학생, 우리는 그 처참함에 분노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이 처한 현실에는 무감각한 분들이 있다. 아마, 그때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조금 더 힘이 있다는 이유로 타국의 국민들을 종 부리듯 데려가 착취하고 기만하고 여자들은 성폭행하고 그리고 사과하지 않는 심지어 힘이 더 ‘쎈’ 옆나라의 비호까지 받는 우리의 이웃 나라, 드라마에서는 돈에 눈이 먼 엄마가 합의서를 써주듯,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합방문서에 싸인을 했던 과거가 우리에게도 있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미래를 위하여 서로 손을 잡자고 한다.

드라마처럼 복수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이미 우리도 그때에 비하면 강해져 있는데 사과하지 않는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다 잊어주겠다고 맞은 아이는 우리가 잘 달래주겠다’고 하는 건 기막힌 일이 아닌가! 지금 우리 상황이 지난 구한말처럼 되어 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양국의 여론조사를 보니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우리 국민 대다수는 사과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웃 나라 국민 대다수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서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데 맞은 아이가 ‘다 잊어줄게.’라고 말하면 때린 아이가 ‘고마워’라고 할까? 어쩌면 좀 우스워 보이고 다시 종 부리듯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을까? 이러다 독도도 달라고 하면 주게 생겼다는 소리들을 하며 어이없어 웃는다.

모든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힘이 있다면 드라마처럼 응징해 주면 되지만 국제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땅덩어리로 보나 인구수로 보나 우리 대한민국, 즉 남한만으로는 대적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과 함께 발을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힘쎈 옆나라가 때린 이웃 나라 편을 들어주는 상황에서 싸우기도 쉽지 않다. 그냥 우리는 우리대로 더 강해지는 길밖에 없다. 적어도 ‘니가 한 죄를 알고 있니?’ 하는 정당한 눈빛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안에서는 ‘죽창가’를 부르는 것이 맞다. 그리해야 적어도 우습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 건들면 우리가 도리어 화를 입겠네.’ 하는 경각심은 갖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억지로 친해져서 무슨 이득을 보겠는가!

오는 24일에는 일명 ‘동학잔당’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이들이 섬진강변에 모인다. 그 옛날 관군과 일본군이 합세해 외세를 몰아내고 세상의 부조리를 타파하자고 일어선 민초들을 매우 잔인하고 처참하게 살해한 일이 섬진강변에도 있었다. 맨손으로, 그저 죽창 하나로, 소총에 맞선 이들을 위로하는 기념비를 작게나마 세우자고 <섬진나루동학기림굿> 모임 사람들이 하동 송림숲에서 만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영원한 진리다. 학폭도 분노해야 하지만 당한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