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기후위기는 삶의 위기다
도민칼럼-기후위기는 삶의 위기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16 14: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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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
김승택/경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단장-기후위기는 삶의 위기다

“물 담긴 비커에 개구리 한 마리를 넣고 천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는 죽을 때까지 비커에 남아있고, 뜨거운 물이 있는 비커에 개구리를 넣으면 뛰쳐나온다.” 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하루하루 약간씩의 변화는 인간이 변화로 인지하지 못하고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지구의 기후 변화는 겨우 여름이 조금 길어지고, 대구에서 재배하던 사과가 경북 북부지방에서 재배하는 수준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미국 과학자 회보가 발표하는 '지구 종말 시계'의 초침은 자정까지 90초 앞으로 다가왔고,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삶과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미국에서는 이상 한파로 영하 41도를 기록하는 등 500여 곳에서 최저 기온 기록이 깨졌습니다. 6월에는 캐나다에서 기온이 50도 가까이 치솟는 백 년 만의 폭염으로 100여 명이 숨졌고 7월에는 서유럽에서 백 년 만의 폭우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지난겨울 북극에서 '직 배송'된 찬 공기에 따뜻하다는 경남지방마저 영하 10도를 넘는 강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또한 해마다 갱신되는 ‘가장 뜨거운 여름'을 얼마나 겪어야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마 위의 재해들은 앞으로 다가올 대형 재앙의 서막에 불과할 것입니다.

지구과학자들이 내놓은 여러 가지 안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RE100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다국적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입니다. 연간 100GWh 이상 사용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대상으로 2022년말 기준으로 애플, TSMC, 인텔 등 35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삼성을 포함해 SK그룹,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KT, LG이노텍 등도 지난해 여기에 참여한다고 이미 선언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참여하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RE100을 실천하려면 RE100을 준수하지 않는 회사의 제품을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RE100이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CF100이라는 RE100보다 더 강화된 조치가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입법화 단계에 와 있습니다. CF100이란 Carbon Free 즉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탄소를 발생시키면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태양광 등 기타 에너지원에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서 그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소들이 태양광 업체들에게 이 배출권을 구매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유럽은 이 조치를 더 엄격하게 하여 CF100이 아니면 2050년 이후에는 아예 수입을 금지하고 그 이전에 수입을 하더라도 수입업자들에게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만큼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세계적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는 지구 평균 온도 2.6도 상승 시 우리나라의 2050년 국내총생산(GDP)이 9.7%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는 2020년 우리나라 GDP 규모에 적용 해봐도 188조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피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책은 아직 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니 거꾸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장려해야 마땅한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축시키고 옛날 방식의 에너지를 확대시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년 구매계약을 한 구매 계약까지 위반하며 태양광 구매 가격을 일방적으로 삭감하여 태양광 업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책이 최소한 거꾸로 가서는 안 됩니다. 시급히 RE100과 CF100에 대해 정부와 기업들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사용을 빠르게 줄여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고, 앞으로 마주할 위기는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커의 개구리처럼 따뜻한 물속에서 죽을 것인지 비커를 박차고 나와 인류의 생존을 유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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