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제철음식으로 봄맞이하기
도민보감-제철음식으로 봄맞이하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0 16:10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제철음식으로 봄맞이하기

봄 꽃 소식이 들려온다. 볕이 잘 드는 곳에는 벌써 우아한 목련 봉오리와 하늘하늘한 벚꽃, 색이 고운 홍매화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바람이 쌀쌀한 날도 있지만, 곧 꽃놀이 여행객들이 전국의 산과 공원으로 몰리며 완연한 봄을 알릴 것이다. 매해마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봄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봄꽃들처럼, 봄철임을 실감하게 하는 제철 음식도 따로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사시사철 다양한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자연스럽게 자라난 식재료의 풍부한 영양소와 맛은 제철에만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봄철 대표적인 제철 음식이라면 역시 산나물일 것이다. 달래, 냉이, 쑥, 두릅, 더덕, 취나물, 씀바귀, 미나리 등의 나물은 향긋한 맛도 일품이지만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있어 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

대표주자 냉이는 비타민A, B1을 풍부하게 함유하며, 나물이면서도 단백질이 많은 편이다. 한의학에서도 간기를 소통시키며 눈을 밝게 하는 나물로 본다. 냉이는 맛이 쌉싸래하여, 된장찌개에 넣으면 향긋한 향이 좋고, 초장에 무쳐 먹어도 봄철 입맛 돋우기에 좋은 반찬이 된다. 냉이의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찹쌀가루를 묻혀 튀김을 만들면 고소하게 먹을 수 있다.

파를 닮은 달래는 알싸한 맛이 특징이다. 연중 시장에서 늘 만날 수 있지만, 봄에 노지에서 자라난 달래는 그 톡 쏘는 맛이 특히 좋다. 철분과 알리신, 비타민C가 풍부하여 봄의 나른함을 떨쳐 주며, 성질이 따뜻하여 속을 덥혀주는 좋은 음식이다. 간장에 넣어 양념장으로 먹거나, 매콤하게 무침으로 먹는다.

두릅은 땅두릅(개두릅)과 참두릅 두 가지가 있다.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은 참두릅, 땅에서 솟아나는 독활의 순은 땅두릅이라 한다. 참두릅은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고 맛이 좋지만, 몸에 이로운 성분은 땅두릅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두릅 또한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A, 비타민C,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다. 혈당을 내리고 지질을 낮추는 효능이 있어 혈관 건강에도 좋다. 보통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먹거나 가볍게 튀겨 먹기도 하며 다른 나물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기에 장아찌를 만들어 오래 두고 먹는 것도 가능하다.

산야에 자라는 식물에만 철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 속 어패류도 산란기나 해류에 따라 그 맛과 영양이 달라진다. 봄에 사람들이 생선가게에서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아마도 주꾸미일 것이다. 봄철 서해안 지역에서는 주꾸미 축제가 흔하게 열린다. 봄철의 주꾸미는 쫄깃한 맛이 좋으며, 하얀 알을 가득 품고 있어 더욱 인기가 좋다. 주꾸미는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을 다량 가지고 있다. 타우린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항산화효소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꾸미는 볶음이나 무침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봄철에만 만날 수 있는 알배기 주꾸미는 본연의 맛을 살려 살짝만 데쳐 먹으면 더욱 좋다.

조개 중에서도 흔히 즐겨 먹는 바지락도 항상 시장에서 볼 수 있지만 2~4월에 가장 맛이 좋다. 동의보감에서도 ‘합리(蛤蜊)’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오장을 윤택하게 하고 갈증을 줄여주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입맛을 돋우며 주독을 풀어준다고 하였다. 현대에서도 베타인과 타우린이 많아 숙취 해소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철분과 비타민B12가 들어있어 빈혈을 예방한다. 주로 탕으로 끓여 시원한 맛을 즐기거나, 볶음, 무침 등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실내에서 움츠렸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온 요즈음, 나들이 할 일도, 가족들이 모일 일도 많아졌다. 즐거운 자리에 맛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한 제철 음식이 함께 한다면 더욱 기분 좋고 건강한 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