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들과 붙어 살아요(1)
기고-사람들과 붙어 살아요(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0 16:10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사람들과 붙어 살아요(1)

조간 신문을 식탁 위에 펼쳤다. 잉크 냄새를 맡으며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옛날 아버지가 신문을 읽던 그 모습과도 닮았다. 1면에 이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활기 되찾은 을지로 골목’ 소제목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그날 밤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집’에 술을 마시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빈자리가 없어 술집마다 대기자들이 보일 정도로 밤새도록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라는 내용이었다. 빽빽하게 붙어 앉은 사람들 사진도 크게 실려 있었다. 사진을 보니 기분이 덩달아 좋았다. 아침부터 기쁜 소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는 술을 먹을 줄 몰라 거리가 멀지만 술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문득 스치는 일이 떠올랐다. 코로나가 오기 전 시 포럼 회원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을지로 노가리 골목집에 갔다. 오랜만에 오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붙어 앉아 있었다. 젊은이들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였다. 활기가 넘쳤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가 붙어 있는 듯했다. 우리도 노가리를 구워 맥주를 한잔했다. 먹지도 못하는 술잔을 앞에 놓고 노가리를 마요네즈에 찍어 먹었다. 그때 선생님은 이렇게 확 트인 공간에서, 별을 보고 먹는 맛은 어디에 비할 수가 있겠냐, 시도 술술 잘 나오겠고, 그런 의미로 자아 모두 건배를 하자 서로 부딪히며 하하 웃던 때가 있었다. 우리는 붙어 다니며 봄나들이도 하고 때로는 맛있는 밥도 먹으며 계속 강의를 듣고 있다.

붙어살려고 하는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숨 한번 쉬지 못하고 살았다. 지금까지 잘 버티어 온 것도 다행이다. 어디를 가든지 밥 한 끼, 술 한 잔 먹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찻집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정해 주며 얼른 먹고 나가라고 하였다.

봄꽃이 피어도 좋은 줄 모르겠다. 꽃이 피는 것도 좋지만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가서 구경할 수가 있을지, 또 친구를 불러 같이 가자고 해도 괜찮을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뉴스를 보면 계속 마스크는 써야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는 피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끼리 붙어 앉아 얼굴을 맞대고 웃어 본 일도 오래되고 보니 웃는 근육도 사라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