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들과 붙어살아요(2)
기고-사람들과 붙어살아요(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1 14:5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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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자/합천 수필가
문경자/합천 수필가-사람들과 붙어살아요(2)

어느 때는 마스크를 벗고 거울을 보며 웃어보았다. 낯선 모습이다. 어색하고 스스로 늙어버린 듯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하하호호 하면서 열심히 근육을 살려 보려고 했다. 하지만 눈가에 주름이 더 크게 살아나 줄을 그었다. 얼굴에 생기는 것은 꽃이 아니고 줄이었다.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가는 일이 알게 모르게 생겨났다. 힐끔힐끔 눈만 보이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하기에는 겸연쩍었다. 돌아서서 생각을 해도 누구인지 모르겠다. 혼자 중얼거리며 길을 간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 차라리 신경을 쓰지 말고 가자고 하며 시선을 돌렸다. 한번은 내 옆을 지나가는 아줌마가 내 친구 같아 내가 먼저 “어디가?”하며 말을 걸었다. 그녀는 쳐다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갔다. 뒷모습을 보고는 ‘내 친구 아니네’하고 걸어가는데 시비를 걸어올까 봐 신경이 쓰였다.

양천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사무국장과 함께 양천구 의회에 볼일이 있어 의장실을 찾아갔다. 구의회 의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라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 직원에게 연락을 받고 들어온 구의회 의장은 “문경자 회장님이 어디 계시냐?”했다. 사무국장과 나는 모른 척하고 서 있었다.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사무국장이 회장님 여기 계세요, 하는 소리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머리 스타일이 변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몰랐다며 주먹인사를 하였다. 사무적인 일을 마치고 나와 마스크와 붙어사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하고 웃었다.

사람들은 핸드폰에 붙어산다. 길을 가다가 전봇대에 부딪히고 발을 헛디디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젊은이들이 앞에서 오면 슬그머니 피해주어야 한다. 잘못하다가 약간 몸이 닿은 기분이 들면 대들까 무서웠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먼저 말을 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마스크와 붙어살면서 재미있는 일도 겪었다.

어떤 날은 외출을 하기 위해 급하게 나가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나, 가까운 슈퍼를 갈 때는 마스크 쓰는 것을 잘 잊어버린다. 그때의 그 시원한 공기가 얼굴에 와 닿아 상쾌한 기분이었다. 마스크 벗을 날이 언제 올까 하고 모두들 걱정이 태산 같다. 친구들 가족들 고령자들 안면만 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 나오는 사망자의 숫자가 더 무서웠다. 마스크를 다시 쓴다.

붙어사는 일은 서로에게 사랑과 행복, 기쁨과 웃음을 얼마나 많이 주는가! 이제 마스크와 전쟁을 끝내려 하지만 아직은 서로 간에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밥을 먹고, 술 한잔하고, 커피도 마시며 사람끼리 붙어사는 이유가 있어 더 즐거운 세상. 손전화기와 살며, 멋진 찻집에 앉아 사람 사는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다.

마스크가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갈 날을 기다려 본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만 있고, 취직이 되지 않아 함께 사는 자식이 밉다고 하지만 떨어지면 못 살 것을 알기에 미우나 고우나 붙어산다. 오늘 아침도 마스크와 붙어살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를 찾아본다. 신문을 넘기며 세상이 변해가는 글들을 읽는다. 기사에 실리는 사람들 얼굴에 마스크가 붙어 있다. 보기만 해도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기분전환을 위해 사람들과 마주 앉아 마시던 달달한 커피 한 잔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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