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단상-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봄을 연주하다
전원생활의 단상-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봄을 연주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3.22 16: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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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
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봄을 연주하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고 전해 오는 사건 사고들, 자연재해, 지진, 홍수, 가뭄, 이상기후, 전쟁, 총기사고, 정치인의 탐욕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행한 소식들이 방송이며 신문,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이 많은 것들의 출발이 대부분 인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아이러니(ironical)한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위험지역으로부터 살짝 비켜나 있고 세계 많은 나라 중에 안전 국가로 평가되니 참으로 좋은 곳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우리도 과거 많은 역사적 아픔도 있었지만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는 것이다.

찬란하고 화려한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면 따가운 햇빛 아래서 땀 흘려 열심히 일한 결실의 성적표를 받는다. 긴긴 겨울의 동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골살이도 여유가 생기게 된다.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곳이나 맛집 투어도 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음악도 듣고 먼 바다를 보며 명상할 기회도 갖게 되는 것이다. 365일이 여름이고 겨울이며 아니면 봄·가을이 잠깐 오고 지나가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봄의 환희를 잘 모른다.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해도 사계절이 뚜렷한 이만한 곳이 또 있었나 싶다.

농촌 사람은 주로 자연과 기후, 날씨, 식물, 텃밭 이야기를 한다. 하늘이 주는 변화에 많이 의존하거나 시기를 맞추어 농사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눔을 통해 날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언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우선 순위를 정하는 지식과 지혜를 쌓게 된다. 도시 사람들이 부동산이나 재테크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인간적인 정감이 있는가!

긴 겨울 동안 육체는 다소 휴식을 하게 되는 반면, 정신은 다음 해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며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입춘이 다가오면 땅속에는 이미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꿈틀거림이 시작된다. 겉보기엔 그저 얼어 있는 땅으로 보이지만 개구리가 잠을 깨기 시작하고 복수초나 수선화가 그 딱딱한 땅을 깨고 나오는 생명의 기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엄동설한에 땅속의 생명은 오는 봄을 위하여 에너지를 축적하고 발아를 시작하며, 그들의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한 생존 본능이 발동한다.

봄은 생명이 깨어나는 순간이며 그 탄생으로부터 농촌의 일손도 맞추어 가야 하는 자연계 순환과정의 출발이기도 하다. 겨울 동안 휴식을 취하며 지내다가 봄이 오면 피로와 무기력이 사라지고, 에너지를 얻게 된다. 따라서 봄은 자연에서의 새로운 출발이며, 우리에게도 시작과 도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관지가 약해서 고생하는 나로서는 봄의 따스한 기운과 바람은 마치 고목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도 같다. 겨우내 머리 속에는 봄에 대한 갈망과 계획들로 가득하여 있다가 봄바람이 불어올 즈음이면 머리에서 행동으로 옮겨나간다. 나뭇가지를 전정하고 퇴비를 아낌없이 부어주고 나무 시장에 가서 새로운 품종의 꽃들도 사서 심는다. 친구들과 지인들이 오면 같이 즐길 수 있는 야외 파티도 상상해 보면서 엔도르핀(endorphin)이 솟아나고 혼자 신이 나기도 한다.

유달리 정원에 대한 욕심이 많다. 뿌린 씨앗이 꽃을 피우고 지며 미세한 자연 환경변화에도 반응하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고 있노라면 신의 창조이며 기적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 없기에 자연에 순응하며 그 이치와 진리를 알아 간다면 존재의 의미를 절로 깨닫고 득도할 것이다.

봄의 전령사인 수선화, 산수유, 매화로 시작해서 만추가 되는 날까지 찻잔을 들고 정원을 배회하는 나를 무척 좋아한다. 자연은 치유의 은사를 베풀어 정신적인 안정과 회복은 물론, 복잡한 뉴스에서도 온전히 나를 격리시킬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봄에는 자연에서의 생명력과 활기가 넘치므로, 봄을 기다리며 정성스레 돌보아 온 정원의 자식들이 꽃을 피우는 모든 시간이 마치 우리들의 삶과도 흡사하기에 이날들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봄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기다릴 가치가 충분한 계절이다. 희망과 도전 후에 만족과 성취의 가교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계절에, 우리의 몸과 마음도 봄날이 되기를 바라며 혼자가 아닌 우리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해봄이 어떨까. 자연의 순리에 감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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