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느 아버지들의 서운한 마음(1)
기고-어느 아버지들의 서운한 마음(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03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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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어느 아버지들의 서운한 마음(1)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서운한 일이 종종 생긴다. 부모와 자식 간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사는 동안 만나는 많은 사람과의 사이에서 수시로 서운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중 아버지와 자식 간은 남달리 오랜 세월, 가깝고 친숙한 관계로 지내면서 대체로 바람도 많고 서운함도 많이 생긴다.

아버지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정환경과 부모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두 같을 것이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어른)의 말을 잘 들으면서, 건강하고 공부 잘하기를 바랄 것이고, 성인이 되면 좋은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게 바람일 것이다.

그러면 자식이 아버지에게 바람은 무엇일까? 사랑과 보호를 핑계로 하는 과도한 간섭이나 꾸중은 싫을 것이고, 가족과 남들로부터 존경받고 경제력 있는 아버지가 되어 자식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해주고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도 좀 더 풍족하게 뒷바라지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부자(父子)간 이런 바람이 부분적으로 충족되지 않을 때 서로 간 서운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이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바람과 기대가 있고 그것이 어긋날 때 서운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보편적이다.

여기서 어느 친구와 내가 자식들한테 서운함을 가진 단편적 얘기를 하고자 한다. 먼저 어느 친구의 이야기이다. 이 친구는 젊을 때는 지역에서 개인사업을 하며 제법 많은 돈을 벌었다. 중년에 들면서 취미생활과 건강을 위해 지역 궁도장에 가입하여 활쏘기를 열심히 수련했다.

오랜 기간 남다른 노력으로 활 쏘는 기량이 동료들보다 월등해졌다. 그 후 수많은 궁도들이 참가하는 전국 대회에 출전하여 개인 우승을 몇 차례 하였고, 소속 지역 단체가 우승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하면서 지역의 명예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평소 자기가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승자가 되어 만인의 박수를 받으며 수상한 트로피와 우승컵을 곁에 두고 보면서 그때의 영광을 생각하며 큰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나 평소 부인이나 자식들은 자기의 업적이나 상패에 별 관심도 두지 않고 남의 일같이 보아 마음속으로 많이 서운해 한다. 이 친구가 최근 개인 사정이 있어 인근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부인과 아들들이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자기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이 상패들을 모두 쓰레기 취급을 하며 버리려고 했다. 평소 가족들의 무관심에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터에 이를 버리려고 하니 화가 치밀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큰소리로 성토(聲討)를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들놈들은 모두 다 그런가 보다 하며 혼자 쓴웃음을 웃었다. 나는 딸이 없고 아들만 셋이다. 아들들은 어릴 적부터 모두 건강하고 공부도 그런대로 잘해 별걱정 없이 키웠고, 지금은 모두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딸을 둔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한다.

딸들이 부모에게 쏟는 정이나 모든 걸 살갑게 챙겨준다는 친구들의 자랑을 들을 때마다, 또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마음이 더해진다. 물론 딸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부모 마음을 행복하게만 해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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