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
칼럼-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03 14: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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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

지난번 칼럼에서 진시황의 등극 과정과 최후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진시황과 관련된 ‘The Great wall’이라고 하는 만리장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만리장성은 흉노족 등의 유목 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진시황 치세 시기부터 명나라 시기까지 1000년이 넘게 축조된 성으로 기존의 성곽을 잇고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축조하여 만든 거대한 성곽이다. 이후 명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 지속적으로 보수하고 개축 및 신축하여 중화인민공화국 북부 일대에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각 구간마다 구조가 다르다.

현재 남아 있는 장성의 유적은 허베이성(河北省) 산해관(山海關)에서부터 간쑤성(甘肅省) 가욕관(嘉峪关)에 이른다. 지도상의 연장은 약 2,700km이지만, 기복이 있거나 중첩된 부분을 고려한다면 총 길이 5,000~6,000km에 달한다. 지구의 반경이 6371km이니 중국이란 나라가 과연 얼마나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거대함 때문에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이라고 거론되었으나 2004년 12월 8일 중국과학원은 사람의 눈으로는 우주 공간에서 만리장성을 관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을 중요한 역사적 문화재로서 보호하기 위해 1987년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시켰다. 일부 구간은 댐 공사로 인해 물에 잠기기도 하였다. 2006년 4월에 열린 중국의 학술단체 중국장성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만리장성이 안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지역은 전체의 20% 이하이고, 일부 현재 존재하는 지역도 30%이며, 남은 50% 이상은 모습이 사라졌다’라고 보고되었다. 중국 스포츠 국가대표팀의 별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만리장성 중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베이징 부근의 팔달령장성(八达岭长城)이다.

수도인 베이징에서 80km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장점과 함께 용이 춤을 추는 듯한 역동적인 형상 때문에 팔달령은 1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가슴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한 번 잡혀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가지 못했으며, 노역을 하다가 죽으면 시체를 다른 곳에 묻기 힘들어 바로 그곳에 묻어버려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 한다.

다음은 진시황과 어묵에 얽힌 역사를 소개한다. 진시황은 생선을 먹을 때 가시를 다 제거하도록 했다. 만약 가시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경우 요리사는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요리사는 생선살을 으깨 경단처럼 뭉치는 방법을 고안해 내게 되었다. 이를 어환(魚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조선 시대에 참기름과 간장, 녹말가루를 으깬 생선살과 섞어 쪄내는 형태로 만들어 먹었다.

어환을 지금처럼 꼬치에 꽂는 형태로 발전시킨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어묵을‘오뎅’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뎅은 어묵이나 곤약, 메추리알 등을 넣고 끓인 일본식 국물 요리를 의미한다. 이 오뎅에 들어가는 어묵을 일본에서는 ‘가마보코(포모:蒲鉾)’라고 한다. 일본에서 이 가마보코를 처음 만든 시기는 무로마치 막부(1336~1573)시기였다. 당시 어묵은 만들기 꽤 어려운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의식용 요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성장한 에도 막부(1603~1868)시기에 접어들자, 식용유가 널리 보급됐고 어묵을 만들기 쉬워지면서 점점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일본식 어묵인 가마보코를 먹어본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18세기에 살았던 이표라는 사람인데 역관(통역사)이었던 그가 일본을 방문했다가 맛을 본 것이라고 한다. 그가 쓴 ‘소문사설(謏聞事說)’이라는 요리책에는 가마보곶(가마보천:可麻甫串)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근현대를 거치면서 한국인들에게 대중화된 것은 일본식 어묵이었다. 개항 이후 한반도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만들어 먹던 어묵이 한국인들에게도 전해지게 되었다. 특히 개항장이자 생선이 풍부했던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어묵이 많이 만들어졌다. 1945년 해방 이후 1950년 6·25동란이 일어나면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에게 어묵 요리가 널리 퍼졌고, 생선 요리보다 값이 싸면서도 맛과 영양은 비슷했기 때문에 서민들 사이에서 대중화되었다.

2023년 초 현재 한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에 의하면 어묵이 군고구마, 호떡보다 선호되는 겨울 간식으로 꼽히기도 했다. 현재의 어묵은 으깬 생선살에 소금·전분·설탕을 섞은 후 가열해서 만든다. 필자도 겨울 간식으로 어묵을 자주 먹으면서 ‘내가 바로 진시황일세’ 생각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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