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단상-백년지기-노후에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다
전원생활의 단상-백년지기-노후에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06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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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
공성원/지자체 농촌 관광 관련 강사·은퇴자 연구소 운영-백년지기-노후에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다

요즘 핫(HOT)한 사회적인 이슈 중 하나는 ChatGPT일 것이다. Open AI사가 개발한 GPT3.5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네이버나 구글로 검색해서 수많은 자료들 중에 선택하는 다소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앞으론 AI Chat를 통해 원하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바로 보여주니 구글링하는 단계를 생략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숙제도 해 주고 시험문제도 풀어주고 직장인의 보고서도 작성해 주고 심지어 미국 의사고시문제를 AI Chat으로 풀어서 통과되었다는 뉴스도 웃지 못할 사건이 된 것이다.

ChatGPT에 ‘노후에 꼭 필요한 3가지만 알려 달라’고 질문을 하니 ‘1)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하기 2) 금융적 안정성 확보하기 3) 사회적 연결 유지하기’라고 답을 한다. 부가적인 긴 설명이 있었지만 요약하면 위 3가지가 우선하여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ChatGPT에 동일 질문을 한 의도는 노후에 친구 관계가 과연 3가지 중요한 것 중에 포함되는가? 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한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건강과 재정적 안정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필수 불가결한 것이나 사회적 연결 유지하기(가족과 친구)도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 살아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하기 쉬운 부분인데 시기를 놓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되고 외롭고 쓸쓸한 노후를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메시지를 인공지능 서비스도 경고하는 것이다.

백년지기(百年知己)라는 친구들 모임이 있다. 고교 동창 친구들의 모임이기는 하나 흔한 반창도 아니었고 동향도 아니고 전공이나 직장이 같은 것도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한참이나 하고 난 이후에 느지막하게 서로 간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고 추구하는 가치도 비슷하고 성향도 비슷하여 도원결의해서 백년지기라는 영원한 친구로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우정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일원 중 필자만 지리산에 기대어 풍류를 누리고 살고 있기에 봄, 가을 한두 번씩 지리산으로 모여 농촌 체험활동을 하면서 격의 없이 웃고 토론하고 때로는 취하기도 하고 달밤에 산길을 산책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가벼운 충고도 하고 부부 상담도 한다. 아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와 주제로 서로의 끈끈한 우정과 신뢰와 믿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 서로 만나는 날을 고대하는 것이다.

친구 중에 제일 가까운 사이는 뭐니해도 배우자일 것이다. 같이 건강하게 오래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어느 한 편이 불편하게 되면 배우자 외 누가 지극정성으로 병간호하겠는가. 자식들은 멀리 있고 그들 나름 살기 바쁘고 나이 들면서 오롯이 부부만 싫으나 좋으나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하니 지혜롭게 서로에게 황혼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임 초기엔 남자가 집안일을 하는 경우는 미미하였지만 만난 횟수가 늘어 갈수록 이젠 상당히 자원해서 설거지며 쓰레기처리 및 집 안 청소를 소화한다니 바람직한 우수 남편상을 만들어 간다. 사실 집안일을 돕는 건 별거 아니다. 조금의 관심과 배려만 있다면 운동 삼아 1시간 정도면 끝날 일인데 이를 두고 혹시 가정에 불만 거리가 된다면 남자들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백년지기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는 공개 토론 시간이다. 부부 함께 자연스레 둘러앉아 가정에서의 애로점과 사소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부부간에 섭섭했던 일들, 개선되어야 하는 것들, 어떻게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 것인가, 건강하게 사는 방법 등 대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토론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고 다음 모임 시에 얼마나 나아졌는지 확인하는 시간도 갖는다. 그러다 보니 백년지기의 무게중심이 아내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아내 관점에서 이런 모임이라면 매일 만나도 좋다는 메시지 아니겠는가.

친구의 존재와 가치는 어느 세대이든 중요하겠지만 특히 현업을 그만두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서로 간 아무런 이해 관계없을 때 진심으로 찾아주고 안부를 묻고 서로 방문해서 같이 정을 나누는 것이다. 젊은 날에 소위 잘 나가는 시절에는 모두가 친구 같고 변치 않을 사이일 것으로 착각들 하지만 은퇴하고 나면 그들로부터 전화 오는 횟수는 날이 가면서 급격히 떨어진다. 사회적 관계 유지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내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던 서로 위로하고 찾아와서 국밥 한 그릇 나누는 친구는 사실 흔치 않다. 특히 나이 들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내가 찾아가서 밥 한 끼 사지 않으면 서로의 소식도 접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사 아니겠는가.

4월이 되면 도시의 친구들은 엉덩이가 들썩일 것이다. 지리산에 사는 친구 만나러 가는 날이 오는 것이다. 잡초도 뽑고 잔디도 깎고 계곡 청소도 하고 가마솥 곰탕도 끓이고….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을 살짝 얄미운 친구가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지만 마지막 두 사람이 남아도 ‘백년지기’ 이름으로 만남을 이어갈 것이라 믿기에 두 손 들고 그들이 오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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