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스피치-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7)
맛있는 스피치-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7)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12 16: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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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
강정희/한국인문스피치아카데미 원장-내 목소리를 찾아가는 테마여행(7)

사람들 앞에서 말을 제대로 못하면 사회적인 지위도 역할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일반 직장만 해도 조례, 기안설명회, 업무회의며 보고회의, 공모사업, 표창식, 각종 회식 모임 건배사 등 말을 해야 할 자리가 많다. 이처럼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늘어나고 그 의의와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크게 긴장하여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대공포증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대중 앞에 서면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거나 백야현상으로 멍해지고 떨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현상은 대체 어떤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무대공포증이 상당히 심했던 수강생 K씨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사회복지학과 늦깎이 40대 대학생이었던 K씨에겐 발표가 가장 힘든 숙제였다. 발표를 위해서 3명이 한 조를 이루었는데 자료조사 1명, PPT작성 1명, 발표자 1명으로 조를 구성해 학점을 받는 발표과정이었다. 전달력 있게 발표해야 학점을 잘 받는 수업이라 어떻게든 좋은 방법을 찾고 싶어 반에서 잘하는 학생 두 명을 섭외했다. 자료조사며 PPT 스크립트까지 다 써주고 앞에서 발표하는 것만 제외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당일 날 예상치 못한 불안을 대처하기 위해 예비발표자까지 한 명 더 준비된 완벽한 구성이었다.

드디어 발표 당일, 당당한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하는데 발표를 맡았던 한 명이 전화가 왔다. 치질 수술한 게 문제가 생겨 당일 참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명의 보험이 있어 안도의 숨을 내쉬며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팀 발표순서가 다가오는데 준비된 한 명마저 무단결석으로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끌면서 무대에 섰고 이후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간이 흘렀다. 스스로 조사하고 스크립트까지 만든 PPT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멍한 상태와 현기증까지 있어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같은 과 학생들의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도해보았지만 굳게 닫힌 입과 떨리는 몸은 경직된 채 PPT 화면만 넘기고 있었다. 담당교수가 괜찮으냐고 물었고 준비한 자료를 한마디도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후 학점은 F를 받았고, 그 날 이후 10년여의 긴 시간 소개해야하는 모든 자리에서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러던 중 2022년 3월, 50대 중반의 나이에 먼저경험한 동생 권유로 인문스피치아카데미에 등록하였다. 수업을 듣기만 해도 발표공포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 자기소개 시간에 무너졌다. 심장신경증(긴장한 나머지 흥분하는) 증상처럼 심장이 마구 뛰었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결국 마이크를 들고 한마디도 못하고 자리에 돌아오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스스로 질문을 통해 발표 불안의 원인과 그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다. 무대공포증은 간단히 2가지 원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정신적인 원인이다. 공포심, 열등감, 정서불안 등이고, 두 번째는 기술적인 원인으로 화제가 부족하거나 이야기의 짜임새가 없거나 연습 부족이다. 인간은 자기 존엄 본능을 가지고 있어 타인과 비교당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있다. 그래서 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면 압박감으로 긴장하게 된다.

이것은 공포심에 대한 표출로 당연히 자신을 지키려는 방위본능이 작용한다. 인간인 경우에는 흥분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조음기관 주변에 경련이 일어나고 경직되는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방위본능이다. 남의 눈이라는 카메라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메라를 굉장히 의식하며 남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들 눈에 잘하는 것보다 우선인 것은 나의 할 말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자신감은 결심한다고 해서 곧바로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자신감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K씨는 1년간 자신감 리더십 과정에서 반복된 연습을 거쳐 현재 한국인문스피치 나눔강사 양성과정에 입문했다. 지속적인 자기 훈련 덕분에 타 과정 사례발표자로 무대공포증 극복사례 강의도 한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천천히 말하는 습관은 어떤 자리에서도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될 것이다. 목소리와 말 그리고 나의 삶은 함께 가는 인생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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