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환 칼럼-약침도 안전성·유효성 통과 후 시판되어야
장성환 칼럼-약침도 안전성·유효성 통과 후 시판되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3.04.16 15: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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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
장성환/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약침도 안전성·유효성 통과 후 시판되어야

누구라도 가족이 말기 암 판정을 받아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그야말로 청천벽력일 것이다. 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말기 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한정된 시간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주변을 정리할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정모씨는 2012년 4월 강원도에 거주하시던 아버님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자 가족들과 상의하여 힘들더라도 끝까지 항암치료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말기 암 환자의 호전 사례를 광고하는 S한의원의 홈페이지를 검색해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서 상담을 하였는데, 정씨의 악몽이 그렇게 시작될 줄은 몰랐다.

S한의원 원장인 한의사는 산삼약침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면역력을 키워 암 완치가 가능한 것처럼 말하며 28개의 호전 사례라고 하면서 실제로 환자들의 암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치료 전후의 CT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정씨는 이를 철썩같이 믿고 아버님의 치료를 위해 한의원 인근에 오피스텔까지 잡았다. 산삼약침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써가면서도 아버님을 살려보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 아버님은 엄청난 고통을 견디어가며 산삼약침을 맞았는데, 당초 암 진단을 하였던 병원을 찾아가 확인해 보니 정씨 아버님의 상태는 매우 악화되었고 끝내 아버님은 엄청난 고통 속에 돌아가셨다.

마찬가지로, 박모씨는 어머니의 폐암 치료를 위하여, 김모씨는 어머니의 대장암 치료를 위하여, 변모씨는 아내의 대장암 치료를 위하여 각각 수천만원의 약침값을 지급하고 S한의원의 산삼약침을 맞았으나 호전되기는 커녕 더욱 상태가 악화되었고 괴로운 고통 상태에서 모두 돌아가셨다.

오늘 대법원은 S한의원의 한의사 2명이 산삼약침액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음에도 산삼성분이 들어 있다고 기망하였고, 호전 사례들도 다 거짓인 허위광고였으며, 환자들과 가족들을 기망하는 사기행위로 수천만원씩 편취하였다는 판결을 확정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이 환자의 정맥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나 전통적 한의학 기구가 아닌 주사기를 이용하여 다량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S한의원은 소위 사무장병원이었음도 밝혀졌다. 즉, 위 한의사들은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한 것이었다.

필자는 위 피해자들을 대리하여 S한의원의 한의사들을 상대로 2013년부터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드디어 10년만에 그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민사판결에서 배상책임과 형사 유죄판결이 잇따라 선고되었음에도 오히려 S한의원은 S한방병원으로 병상을 늘리고 병원급으로 더욱 규모를 확대해 가면서 산삼약침이 암환자에게 효능이 있다는 광고를 계속해왔는데, 이에 대해 그동안 보건당국은 업무정지명령이나 폐쇄명령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사기 피해자들이 있었을까, 고인의 마지막 정리 시간을 허울뿐인 희망 고문으로 빼앗은 것밖에 안되는 것을 알게 된 유가족은 얼마나 비통할까, 필자는 수없이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다.

보건당국이 왜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약품은 철저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야 시판이 가능하고 시판된 후에도 장기 투여 부작용 등 안전성 조사, 약물 경제학적 임상시험 등 안전성과 효능을 꾸준히 관리하고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약침은 제조, 유통, 사용, 보관 과정에서 어떠한 검증이나 규제도 받지 않고 있으니 실로 황당하고 놀라운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건당국은 환자의 인체에 직접 투입되는 의약품인 약침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을 거쳐야만 제조, 시판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검증도 거치지 않는 비과학 영역이 의료행위로 포장되어 대중을 현혹하고 사기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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